며칠 전 꼬맹이를 데리고 유치원 몇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곳에서 연간 학습 계획서를 보니 다양하게 전개되는 아이들의 놀이 문화 프로그램이 다채로웠다.
시골 유치원은 농어촌 거주자에게 학비면에서 60% - 100%까지 혜택을 정부에서 주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은 웬만하면 시설 좋고 환경 좋은 곳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또 유치원마다 경쟁이 되어 한글을 가르치기까지 한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한글을 유치원에서 가르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한글을 가르치지 않는 유치원에는 부모들이 아이를 보내기를 꺼려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범법 행위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하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한글을 유치원에서 이미 알고 왔기에 학교 선생님은 한글 가르치는 데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기에 유치원 시절 한글을 모르는 학생은 계속 글을 모르게 되는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요즘 교육 제도의 허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작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배워야 하는 데도 이미 발 빠른 가정에서는 아이가 한글을 다 터득해서 학교에 입학시킨다.
6-3-3-4 구조의 학령기를 지켜가는 한국의 현실에서 배움의 속도를 재조절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은, 예전의 세대가 배웠던 교육 과정의 내용은 시대에 뒤지게 되고,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밀려오는 터라 학제의 구조적인 조정은 학령기를 비롯해 빠르게 변해가는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내용을 바꾸어 가는 발전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천진난만하게만 놀던 옛 시절의 어린이들과 기계 문화를 즐기는 요즘의 아이들의 사고의 틀은 180도 전환되어 있다고 본다.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어 가는 사이에 인간에게는 자연다운 본성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계 문화에 익숙된 아이들의 본성은 순수하기보다는 당돌하고 그러면서도 대상에 대한 탐구력은 훨씬 돋보인다. 두뇌 전쟁 시대요, 아이템의 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고도의 지능 창출 시대에 가정의 부모들은 아동기 시절부터 조기 교육의 열풍으로 아이가 집에서 생활할 틈이 없는 것 같다.
학교를 마치면 음악 학원으로, 미술 학원으로, 태권도 학원으로 그야말로 자신들의 취미에 따라 소질에 따라 특기 적성 교육을 학원에서 익혀가고 있다. 사교육비의 절감을 아무리 외쳐대도 공교육의 정상화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뒤따라야 할 시설, 부족한 재원, 전문적인 소양을 지닌 교사 부족 등등이 학원으로 아이를 내몰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한국의 학교 학령기를 서둘러 조정하여야 하는 것도 사교육비 절감의 한 방향인지도 모른다. 유치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공교육의 후속 대안으로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병설 유치원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준 것도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좀 더 나아가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한글 교육은 유치원으로 내려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8세가 될 때가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유치원에서는 4세반, 5세반, 6세반, 7세반으로 나누어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4년간 유치원에 다니게 하는 집안도 있다. 유치원에서 한글도 다 배우고, 심지어는 산수도 배우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영어도 배우고 있다.
결국 유치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려 놓고서 사교육비만 더 많이 쓰게 하는 꼴을 만들고 있는 것이 교육 당국이 되고 말았다. 이제 유치원에서 한글 교육은 전담하고, 초등학교에서는 새로운 상급 학년의 교과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