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립니다. 안타깝게 폭설로 인한 피해도 많습니다. 폭설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호남지방 사람들은 하얀 것만 봐도 지긋지긋해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오늘 아침에는 눈 때문에 출근시간이 늦어집니다. 사고현장도 몇 곳 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을텐데 운동장 여기저기에서 자기들 세상을 만듭니다. 편을 나누어 눈싸움도 하고, 눈덩이를 굴리면서 땀을 흘립니다. 일찍 등교해 벌써 눈사람을 만든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자랑하느라 신이 납니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신체적인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교과가 체육입니다. 오늘 같이 눈이 내리는 날 체육이 들었으니 저절로 신이 납니다. 신진대사가 잘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추운 것도 모릅니다. 체육시간이 되자 체육수업 여부를 알아본다며 체육전담실로 우르르 몰려갑니다. 와! 체육이다. 마음이 급한 몇 명의 아이들은 무조건 운동장으로 뛰어나갑니다.
마침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 아이들의 온기가 식어 써늘한 빈 교실을 지킵니다. 그것도 잠시 지금쯤 신이 나서 운동장을 뛰어다닐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아이들의 밝게 뛰어노는 모습이 어른들에게는 행복입니다.
요즘 아이들 주위가 산만하다고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자기들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을 잘합니다. 어떤 일이든 목적이 있어야 능률이 오릅니다. 눈을 부지런히 나르며 키보다 더 큰 눈사람을 만드는데 푹 빠졌습니다. 그런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더구나 모릅니다.
눈싸움 할 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던진 눈이 선생님을 맞췄을 때입니다. 얼마나 통쾌하면 모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러대며 좋아합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원한 맺힌 일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런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그냥 좋은 겁니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표시일겁니다.
때 묻지 않아 아이들은 단순합니다. 손뼉도 마주해야 소리가 나듯 선생님들은 일부러 몇 대씩 맞아주며 같이 즐거워합니다. ‘하하 호호’ 웃음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운동장이 비좁은 듯 부지런히 뛰어다닙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입니다. 옆 사람의 몸만 닿아도 신경질을 부리며 까탈을 떨던 새침때기도 오늘만은 모든 것을 이해하며 같이 어울립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은 언제 봐도 보기가 좋습니다.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아이들이 펼쳐놓은 하얀 눈꽃 세상에는 걱정이 없습니다. 물론 책 속에서나 볼 듯한 아름다운 동화나라의 주인공은 아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