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6 (화)

  • 흐림동두천 8.3℃
  • 흐림강릉 9.1℃
  • 서울 9.5℃
  • 대전 9.0℃
  • 대구 9.5℃
  • 울산 15.6℃
  • 광주 13.7℃
  • 부산 14.8℃
  • 흐림고창 13.3℃
  • 제주 15.4℃
  • 흐림강화 8.8℃
  • 흐림보은 9.8℃
  • 흐림금산 11.7℃
  • 흐림강진군 15.0℃
  • 흐림경주시 7.9℃
  • 흐림거제 14.9℃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e-리포트(미분류)

교문 앞에서 사라지는 아이들


아이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열쇠꾸러미를 찾아 학교와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파의 영향으로 바람은 찼지만 이틀 동안 내린 눈이 대지를 감싸고 있어 포근하게 느껴졌다.

교문 앞에는 하교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몇몇 아이는 맡겨둔 것이라도 있는 양 가게를 향해 급하게 뛰어간다. 학교 주변에 사는 아이들은 몸을 움츠리고 집으로 종종걸음을 한다. 겨울 추위 때문인지 교문에서 조금 벗어난 길에서는 여럿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어렵다.

고개를 돌려 넓은 논과 밭, 그리고 기찻길이 있어 언제나 평화롭게 보이는 학교 건너편 마을을 바라봤다. 흰눈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도로가 무척 아름다웠다.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이곳저곳 둘러보며 천천히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낭만적인 길이다.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차들은 오락가락하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우리 학교 학생들 여러 명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하교시간이면 교문 앞이 차로 붐빈다. 아이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할지,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견할 수 없다. 그러니 교문 앞의 차량들은 교통사고의 위험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교문 밖에 일정한 장소를 정해주며 차량의 학교 출입을 금한다.

결국 하교시간에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곳은 교문 앞 밖에 없다. 많은 아이들은 교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학원으로 향한다. 그나마 학원에 다니지 않는 몇 안 되는 아이들마저 전화로 부모님의 자가용을 호출한다. 학원차나 자가용이 매일 아이들을 교문 앞에서 사라지게 한다.

예전에 자가용을 타고 등교하는 것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 농촌에서도 걸어서 등하교 하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다. 그러니 등하교 길에 아이들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저출산으로 아기들의 울음소리만 그리운 게 아니다. 오늘따라 왠지 아이들이 없는 길이 삭막하기만 하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누구나 같다. 어떤 아이든 부모에게는 다 금쪽같은 내 자식이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럽고, 추위에 언 볼을 비비며 동동거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왜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 조바심이 앞서다보면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시키게 되어있다. 하지만 차안에서 마음만 바쁘게 키우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교육방법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직접 경험하거나 체험하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성공을 경험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채용하는 회사도 있다. 병을 낳게 하는 좋은 약은 대부분 쓰다는 것도 어릴 때부터 알아야 한다. 고진감래라고 고생도 해봐야 한다. 그래야 결과에 만족할 줄 알고 고마워한다. 추운 날 길거리에서 덜덜 떨어보고, 더운 날 복사열로 숨이 막히는 도로 위를 터벅터벅 걸어본 아이들이 가족이나 가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식을 진정 사랑한다면 최소한 초등학생 때만이라도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 TV와 컴퓨터 때문에 자연과 벗하는 시간이 적다. 등하교 길에서라도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사물에 눈뜨면서 낭만과 추억을 만들게 해야 한다.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다. 모든 생명체들이 봄맞이 준비에 바쁘니 따뜻한 봄소식이 전해질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봄에는 등하교 길에서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많은 아이들이 길가의 야생화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생활이 여유로운 그런 풍경이 그립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