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시간 정도의 졸업식을 마치고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은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축하객들로 인해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뒤,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축하한다”, “고생했다”라는 말과 함께 졸업장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각종 상장(학업우수상, 개근상, 정근상, 공로상, 교육상, 기능상 등)을 나누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졸업 앨범을 나누어주고 난 뒤, 아이들에게 졸업의 의미와 평소 하지 못한 이야기 몇 가지를 해주었다. 다소 분위기는 어수선하였으나 아이들은 담임인 내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경청하였다.
“얘들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대학생활을 잘 해주길 바란다. 너희들은 분명히 잘 해 낼 수 있으리라 선생님은 믿는다. 알았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의 선창으로 ‘스승의 은혜’ 노래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합창을 하였다. 아이들이 합창을 하는 내내 아이들과 함께 한 지난 일년간의 생활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 갔다. 그리고 어느새 내 눈가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촉촉이 젖기 시작하였다. 이제 아이들은 정든 학교를 뒤로한 채 떠나가지만 함께 호흡하고 시름했던 그 체취는 교실 여기저기에 묻어 있으리라 본다.
아이들과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운 듯 교실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교실 문에서 아이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작별 인사를 하는 동안 몇 명의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꼭 찾아오겠다는 말로 대신하며 아이들은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갔다.
아이들이 떠나간 교실은 썰렁하기까지 했으나 내 귓전에는 아이들의 재재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바로 그때, 두 명의 남학생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교실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너희들 왜 그러니?” “선생님, 그동안 저희들 때문에 속 많이 상했죠? 사죄의 뜻으로 큰절을 올리고 가겠습니다.”
“괜찮아. 학창시절 누구나 다 그럴 수가 있지. 선생님은 잊은 지 오래다.” “아닙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하마터면 졸업을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올리고 가겠습니다. 꼭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려도 아이들은 막무가내였다. 큰절을 하고 일어난 아이들을 꼭 껴안아 주며 나는 말을 했다.
“그래, 고맙구나. 아무튼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거라.” “선생님, 꼭 건강하셔야 해요. 저희들도 선생님의 가르침 잊지 않고 생활하겠습니다.”
두 녀석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과 비교해 볼 때 이 두 녀석의 행동은 나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이것은 지금까지 졸업식 날 받아보지 못한 가장 값진 선물이기도 하였다.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진정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