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 무사히 끝내고 학교에 혼자 남아 교실 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빈 학교에 누군가가 찾아왔습니다. 재잘거리는 듯한 잔 물결 같은 웃음소리가 출입구 쪽에서 나는 것을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희진이, 희선이 자매가 종종 걸음으로 들어 옵니다. 반가움보다는 이 시간에 웬일인가 언짢았습니다.
"희진이구나 웬일이니?"
"저 선생님 드리려고 음식 좀 싸왔어요."
"아니 어떻게? 으응 선생님 차가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왔구나? 잘 왔다. 근데 할머니가 해 주셨니? 엄마가 해 주셨니?
"아니요. 우리 둘이 했어요."
하며 음식(?)을 싸온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거기에는 귤과 오렌지를 까서 예쁘게 담고 군데군데 얼음 조각까지 섞어 놓았습니다. 잠시 일손을 놓고 같이 먹여주고 먹었습니다. 달콤하고 새콤한 향기가 코 끝을 간질이며 목구멍을 타고 흘렀습니다.
'이제 너희들과 이별이야.'
종업식날 발령이 안 터져서(?)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이제 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을 알려 주지 못했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희진이 자매의 친절을 마지막으로 받았습니다. 어느 해보다도 사랑스럽고 잔잔한 사건이 그칠 날이 없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벌써 할머니가 된 줄도 모르고
"선생님 결혼 하셨어요?"
라고 천진스럽게 묻던 아이들이었습니다. e-리포터 포토에 제일 많이 소개되었던 우리 아이들입니다.
우리 아이들 예쁜 사진을 골라 30분짜리 한 편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마지막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제 컴퓨터 속에 들어 있던 아이들 사진은 모두 지웠습니다.
'잘있거라 옥계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