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인생살이다. 임명권자의 발령장에 의해 근무지가 결정되는 공무원들에게는 그런 일이 더 자주 있다.
3월 1일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아침 조회시간에 아이들에게 이임인사를 했다. 담임의 전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 반 아이들이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조회대 위까지 들려온다.
하교 시간이었다. 평소 같으면 인사를 마치자마자 쏜살같이 밖으로 내달았을 아이들이 쭈뼛쭈뼛 내 주위를 맴돈다. 자기들끼리 답을 주고받느라 갑자기 교실이 소란스럽다.
“왜 가요?”
“아마, 우리들이 싫어서겠지요?”
“아냐. 집이 멀어서야.”
여자 아이들 몇이 눈물을 감추느라 연필을 꾹꾹 눌러 사랑이 가득담긴 편지를 쓰고 있는데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은 다시는 나를 안볼 것마냥 불만을 털어놓는다.
“선생님, 빨리 가요.”
“가는 마당이라고 선생님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이제 다른 학교 선생님이잖아요."
“야, 너희들이나 빨리 가”
남자들은 가라는데도 내 주변을 맴돌며 괜히 농담을 건넨다. 남자들의 속마음을 담임인 나는 안다. 태연한 척 애써 웃음 짓는 담임의 마음도 아이들이 안다.
창 밖에서 한참을 서 있다 ‘선생님’을 힘차게 부르고는 손을 흔들며 담임의 전근을 아쉬워 하는 아이도 있다. 남자보다 여자의 감정이 더 예민하다. 짐 정리를 하는데 옆 반의 여자 아이들 몇 명이 교실로 찾아왔다.
“선생님, 고마웠어요.”
“건강하세요.”
1년 동안 사회수업을 했지만 쪽지까지 받을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반이 아니라고 그동안 정을 많이 주지 못한 게 이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가르치는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인생살이를 배운다.
‘떠날 때는 말 없이’라지만 1년 동안 진짜 우리 반(5학년 2반) 아이들을 무척 사랑했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배운 게 무척 많아서 더 행복한 나날이었다. 강외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배운 사랑을 부임하는 문의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듬뿍 주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