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정기 인사철인 2월. 각급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헤어지는 사람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송별연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4-5년 동안 한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제자들과 헤어지는 선생님들의 마음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개구쟁이들과 생활하면서 고운 정 미운정이 들었는데 막상 헤어지려고하니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어찌하랴 ! 선생님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아이도 있었고 가끔씩 깜짝이벤트로 선생님과 반 아이들을 웃겼던 아이도 있고 친구들과 자주 싸워서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에 속상해 했던 일들도 이제는 하나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들이다.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어서 매달리는 아이들의 천진함에 먼 산을 바라보며 속으로 우는 선생님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못살았던 오래 전의 송별연은 지금보다는 더 순수하였고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나는 줄 알고 2차 3차를 하면서 밤을 새워가며 아쉬운 작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식사 한 끼 나누고 너무 가볍게 작별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 형식적인 송별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회가 변할 탓일까 인정이 메말라가는 것일까? 물론 2차로 노래방까지는 가지만….
금년 2월에 정년을 하시는 어느 교장선생님은 송별연이 있을 때면 가시는 분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송별시를 지어서 직접 낭송해주신다. 송별연은 의미 있는 자리가 되고, 가시는 분에게는 오래도록 추억에 남게 해주는 아름다운 이벤트를 만들어 주셨던 분이 생각난다.
우리학교 송별연은 시골읍내 바다횟집에서 가졌는데 인사말이 있고 술잔이 오고가며 이야기 꽃이 피었는데 그동안 대화의 기회가 부족했었는지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작별을 앞두고 모두 털어 놓는다. 즉 본심이 나오는 것이었다. 진작 이렇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지만 이래서 송별연과 함께 인과 관계를 정리하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자리가 없이 마음속에 묻고 작별을 하면 풀지 못하는 마음의 응어리가 오랜 세월 쌓여 몸과 마음의 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나이 어린 유치원 선생님이 전근 가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펑펑 쏟는 것이 아닌가?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다가 임용고시를 거쳐 1년 전에 병설유치원에 와서 열정을 다해 원아들과 항상 밝게 생활하던 선생님이 우는 바람에 몇몇 선생님의 눈가에도 작은 이슬이 비치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송별회를 마치고서 느낀 점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눈 것은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것과 그래도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해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편지글이나 메일 등으로 주고받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임지의 가족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고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