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보다는 일출을 보려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선생님들의 승진이나 새로운 임지로 발령이 나면 축하전보와 축하화분을 보내는 것과 비교가 된다. 40여년을 교직에 몸담았다가 퇴임하는 분들은 퇴임식마저 떳떳하게 하지 못하고, 같이 근무하던 교직원과 식사자리를 하며 축하의 꽃다발과 선물증정을 받고 조용히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 서산에 지는 일몰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렇게 많던 제자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선생님의 사랑과 가르침을 받고 자란 제자들이 은사가 교직을 떠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자들이 은사님의 퇴임식을 성대하게 베풀어주는 예는 보기 드물다. 나와 같이 근무하시던 교장선생님 두 분이 정년을 맞으신다. 축전을 보내드려야 하나? 축하전화만 드려도 되는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봄방학이니까 시간을 내어 함께 식사대접이라도 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해 드려야 하겠다.
오래전의 일이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근무하셨던 교장선생님께서 충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년을 맞게 되셨다. 퇴임식장소는 학교에서 가까운 관광호텔에서 하였다. 제자들 중에는 성공하여 활동하는 판검사, 의사, 연예인, 사장으로 성장한 제자들이 스승의 퇴임식을 마련했고 비슷하게 늙어가는 선생님 내외분께 큰절을 올리고 손님접대부터 행사를 모두 맡아 의미 있게 치러 퇴임하시는 교장선생님을 모두 부러워하였다. 성공한 제자들은 스승의 은혜를 보답하는 뿌듯함을 맛보았을 것이고 퇴임식다운 퇴임을 보며 참석자들은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훈 포장을 받고 교직을 떠나시는 많은 교직선배님들이 초라한 모습이 아닌 당당한 모습으로 교문을 나서도록 같은 교직의 후배들만이라도 배려와 감사의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드리자. 이보다 더 좋은 일을 하고 물러나는 직업이 어디 있는가? 사람을 가르쳐 인격을 키우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인가? 성대한 자리가 아니라도 교직에 있었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마음의 표현이라도 아끼지 말자! 퇴임식의 아름다운 전통을 살려나가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스승존경의 마음을 길러주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우리가 우리들을 존중하고 우리가 교원의 권위와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한다. 평생을 교육에 몸 바치고 정든 교직을 떠나는 분들의 아름다운 퇴임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