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점점 짧아지던 낮의 길이가 동지가 지나면서 일 분씩 일 분씩 일 분 정도씩 길어지면서 어느새 한 시간도 더 길어졌다. 지난 가을 낙엽을 떨어트리던 나무들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 열심히 수액을 빨아올리며 싹 틔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작년 가을 강남으로 떠났던 제비들은 지금쯤 먼 남쪽 피난살이를 끝내고 다시 고향 길에 오를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하는 농부들은 또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두엄을 내고 땅을 갈아엎으며 논밭에서 하루해를 넘길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소생하는 생명의 봄이 바야흐로 우리들의 정원에도 당도하였다. 지팡이만 꽂아도 싹이 돋는다는 이 약동하는 계절, 삼천리 방방곡곡 등교 길은 지금 온통 새 학년을 맞은 학동들의 행렬로 가득할 것이다.
새 학교 새 학년으로 올라간 아이들에게서 진동하는 푸른 내음, 푸른 희망.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저 아이들에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송두리째 맡기자. 평화로운 조국, 행복한 조국, 정의로운 조국을 송두리째 맡기자.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부정과 부패를 추방하고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조국을 송두리째 맡기자.
졸졸거리는 시냇물소리와 함께 새 봄이 온다. 터질 듯한 꽃봉오리와 함께 3월은 온다. 온갖 새들의 노래 소리, 벌 나비의 날갯짓과 함께 새봄은 온다. 새 책과 새 공책, 새 친구와 함께 3월은 온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과 함께 3월은 온다. 모든 꿈은 풍성한 수확으로 영글어 갈 것이다. 농부들의 꿈도 학생들의 꿈도 싱그럽게 영글어갈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자. 저 희망에 가득 찬 봄도 준비하는 자의 몫인 것이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겐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놓쳐버리고 만다. 친구를 사귀려면 친구를 사귈 준비를 해야 하고 사랑을 하려면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영어공부를 시작하려면 영어공부를 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수학 공부를 시작하려면 수학 공부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등산 가는 사람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등산을 갈 수 있는가? 이런 것을 준비성(Readiness)이라고 한다. 준비성을 갖추고 있어야 상황을 올바로 판단할 수 있고 그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제 입학식이 거행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배움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고, 선생님들은 가르칠 준비를 해야 한다.
작년보다는 새롭게 한 단계 향상된 교수법으로 노하우로 가르칠 준비를 해야 한다. 매너리즘에 빠져 작년의 과정을 그대로 밟아나가서는 안 된다. 예절교육도 인격교육도 전공 교과교육도 한 단계 향상된 방법으로 지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성이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 시간 때우기 식 졸속 수업이 되고 교직에 대해 회의가 생기기 쉽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마음의 준비를 새롭게 하고 희망찬 3월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