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불거져 나오는 촌지 문제 탓일까? 보도에 의하면 올해는 유난히 많은 학교들이 스승의 날을 재량 휴업일로 결정한다고 한다. 13일(토요일) 토요 휴업일에 이어 15일(월요일) 스승의 날까지 노는 날로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아이들에게는 황금연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요즘 아이들의 관심은 스승의 날이 쉬느냐 마느냐에 있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조회 시간 아이들의 첫 질문은 스승의 날 휴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선생님, 스승의 날 학교에 나와야 돼요?" "그래, 왜 그러니?" "다른 학교는 안 간다는데요?" "그건 다른 학교 이야기이고 아무튼 우리 학교는 행사를 하기로 했단다."
내 말에 아이들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 또한 쉬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 또한 내심 이런 식의 스승의 날이라면 차라리 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터였다. 그때였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한 아이가 질문을 하였다.
"솔직히 선생님께서도 쉬는 편이 더 좋죠?" "……"
그 아이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이들에게 구차한 변명이나 가식적인 말로 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스승의 날이 이런 식의 퇴폐적인 날로 전락되었을까. 5월 스승의 날이면 늘 불거져 나오는 이야기가 학부모와 교사간의 촌지 문제다. 스승의 날이기에 아이들이나 학부모들로부터 무엇인가를 꼭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그렇다고 여론몰이에 떠밀려 아예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고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매년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선생님들은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선생님들 스스로가 아이들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되새겨보는 계기가 된다. 이 날만큼은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사사로운 감정을 떨쳐 버리고 하나가 된다. 학부모들의 생각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작은 사심 하나가 결국에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더 암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문득 금요일 퇴근 무렵 교장 선생님이 각반 담임선생님들께 보낸 쪽지 내용이 생각난다. 쪽지에서 교장선생님은 월요일(5월 15일) 스승의 날에 따른 교장선생님의 당부 내용을 학생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십니까? 학생지도에 노고가 많습니다. 5월15일(월요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오전 수업만 하겠습니다. 종례시간에 개인적인 꽃이나 선물은 일체 받지 않을 것이니 준비하지도 말고 학교생활 잘하는 것이 큰 선물임을 강조해 주십시오. 스승이 있기에 배움이 있었으므로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더욱더 열심히 배우며 지금까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을 기억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훈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월요일 1교시 수업은 철저히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학교장-"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잘해주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이 없다"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이 그러하리라 본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