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이 충남도교육위원의 동향을 파악, 교육감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 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도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천안시교육청 유모학무과장은 올 초부터 천안지역 교육위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문건으로 정리해 교육감에게 팩스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위가 13일 증거물로 제시한 이른바 '보고서'에는 '000위원이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따른 불만으로 신설교 수의계약 내역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000위원이 00아파트로 이사했다', '000위원이 사전 선거운동을 한다'는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적혀있다.
'보고서'는 특히 '000위원과 000위원이 00교육청의 교육지표 구현협의회시 초청하지 않았다고 교육장을 심하게 추궁했으며 이들 위원은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들의 학교를 방문, 인사를 나누고 000위원의 형이 운영하는 급식납품을 도와주도록 종용했다'는 등 특정인의 미확인 '약점'까지 들춰내고 있다.
또 '최근 일련의 사태로 교원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돼 있어 교육력제고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잔여기간 6개월인 승진후보자의 임용대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학운위 조직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그들과 면담이나 교육기회를 자주 시도해 주시면 어떨까 생각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어 현직 교육감의 선거운동 차원에서 이러한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 '보고서'를 처음 입수한 도교위 이병학부의장은 "집행부가 교육위원을 사찰했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현재까지는 천안지역 3명의 위원에 대한 사찰만 증거를 잡았으나 모든 교육위원을 사찰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부의장은 또 "이같은 사찰은 차기 교육감선거를 앞둔 집행부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음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21일부터 임시회를 열어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하고 전국교육위원의 서명을 받아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찰 당사자로 지목된 유과장은 "교육감에게 관내 교육관련 사항을 팩스로 두번 보고했을뿐 정기적인 사찰을 하지는 않았다"며 "많은 사람이 이러한 보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교육감이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보고는 계속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오재욱교육감은 14일 "동향보고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직원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비서관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