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책을 읽는 중에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에 관한 내용을 접하면서 더 이상 읽지 못하고 생각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기 또 몇 년 전에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글을 읽었는데 고개를 끄덕일 만큼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96년 40대 중반부터 4년 동안 주말부부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기간은 정말 외로웠고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생활할 때는 그런 대로 선생님과의 만남,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만 교육청에 근무하고 나서는 하이테크 시대 나름대로 유익은 있었지만 만남과 대화의 부족으로 인한 외로움, 운동부족으로 인한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질병, 대화부족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 등 갖가지 문제가 노출되었습니다.
그 때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저자’ 존 네이스빗은 고도의 접촉(Hi-Touch)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고도의 하이터치를 기대하던 터에 '당신의 어린 자녀와 함께 장난을 치는 기쁨, 석양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시는 차의 향기,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주는 사랑의 손길,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닥불 앞에서 밤새 나누는 대화, 친구와 몸을 부딪히며 땀흘리는 힘찬 운동,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읽는 좋은 책 등 인간을 참으로 인간 되게 하는 영혼의 터치가 중요함을 깨닫고는 하루 빨리 교육청에서 벗어나 학교현장에서 선생님들과의 만남, 학생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현장에 나온 기억이 납니다.
하이테크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하이테크의 그늘 아래 만남은 적어지고 대화는 부족하고 정서는 메말라 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생과-학급에서, 동아리에서, 특기․적성교육시간, 체육시간...-의 만남, 교사와 학생과의 만남, 선생님끼리의 만남이 소중하고,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와의 만남, 형제자매와의 만남이 소중하며, 사회에서는 어떤 장소, 어느 때에서 누구와의 만남도 소중한 것이다. 또 자연과의 만남은 더욱 삶을 윤택하고 차원 높은 삶을 살아가게 하기에 귀한 만남이 되는 것이다.
학기 초에 선생님과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이터치는 가라앉은 마음을 다시 일으켜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얼마 전 토요일 자율학습시간에 담임선생님과 학급 학생의 전원이 하나가 되어 학교 앞마당에서 축하의 장을 마련하였다는 소식은 훈훈한 봄바람만큼이나 따뜻했습니다. 비록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신뢰를 쌓고 믿음을 주고 감동을 주고 감격을 안겨다 주었기에 학생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담임선생님을 노래했을 겁니다. 사랑의 노래를 기쁨으로 불렀을 것입니다.
어느날 교무실에서 학생들이 어느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학생은 선생님의 윗도리를 입히면서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학생들은 선생님의 손을 잡고 다정다감하게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 선생님은 학생과 어깨동무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보았습니다. 비슷한 장면들을 여기저기에서 바라보면서 또 다른 전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런 하이터치를 통해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새 힘을 얻었을 것이고 학생들도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순화되며 새롭게 되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보람은 매일 학생들과의 만남과 고도의 접촉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하이터치를 통해 학생들에게 외로움을 달래주고, 우울증도 치료해주며,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정신의사와 같은 역할도 하고, 꿈과 사랑을 심어주고 희망과 소망을 안겨주는 어머니와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들끼리는 등산이나,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 각종 운동과 각종 동호회나 연구모임을 통해 격의 없는 대화로 보이지 않는 담을 허물며 이해의 폭을 넓혀 가면서 서로 격려하고 힘과 용기와 소망을 안겨주는 형제자매의 역할을 하면 좋을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