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 5월이 갔다. 전국의 70% 초·중·고교가 스승의 날 휴교를 하여 씁쓸한 기분을 안기더니 그것이 사치라고 비웃듯 교사관련 사건이 잇따라 터진 5월로 기록되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단연 으뜸은 ‘여학생 엉덩이체벌사건’ 이다. 5월 16일 익산의 어느 여고에서 교사가 여학생들을 엎드려 뻗쳐시켜놓고 엉덩이를 죽도로 체벌했다. 알려진 바로는 스승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38명의 여학생 엉덩이를 1인당 5대씩 때렸다고 한다.
해당 교사는 “스승의 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을 적어오라고 했지만 학생들이 부실하게 적어와 한 반 전체에 연대책임을 물어 체벌을 가했다” 고 말했다. 또 해당교사는 “교육적인 목적으로 부득이하게 체벌을 진행했다” 고 말하기도 했다.
나 역시 실업계고에 근무하며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들을 왕왕 보고 있다. 그로 인해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화를 더러 겪어온 터라 그 교사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의 나이가 40살이라면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아직은 끓며 넘치는 때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적으로 정당하고 불가피한 체벌이라 할지라도 여학생 엉덩이 때리기는 있어선 안될 일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아파서가 아니라 남교사에게 엉덩이라는 ‘치부’ 를 대준 채 얻어맞는 여학생들의 성적 수치심을 감당해낼 재간이 없어서이다.
만약 해당교사가 여학생들의 손바닥을 가느다란 회초리나 잣대 등으로 체벌했다면 이렇듯 언론에 노출돼 온세상이 다 아는 사건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그 정도라면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동시에 체벌도 감수할 ‘사랑의 매’ 라는 것이다.
물론 체벌당한 여학생들에 의해 그 사실이 알려진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점이 학생지도에 있어 교사들이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부분이다. 엉덩이 맞는 장면은 다른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찍어 인터넷 등에 올린 것이다. 학생들이 그런 체벌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에 대한 단적인 증거인 셈이다.
거기서 새삼 깨닫는 것은 교육적 운운하며 전통적 내지 재래식 체벌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그런 것처럼 문제가 되지 않았을 그런 체벌이 지금은 기사가치가 충분한 사건으로 ‘변질’ 된 세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응해야함을 강조하고 싶다.
또 그 교사만의 잘못인지, 그로 하여금 그런 체벌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유·무형의 압력은 없었는지 다같이 생각해볼 때이다. 그 교사뿐 아니라 교원 전체가 말 듣지 않는 학생들을 대하고 지도하는 것이 지금의 학교현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 정부가 대책없이 체벌금지를 발표한 이래 학생들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풍조가 생겨났지만, 그렇다고 체벌을 일삼는건 교사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때리기부터 하면 교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있어 너무 ‘설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