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부터 만 65세로 늦춰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은퇴 이후 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 단절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기업과 공공기관의 정년 제도 개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어서, 정년연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검토 과제가 되고 있다.
이미 전(前) 정부에서도 공무원의 단계적 정년연장 방안이 논의된 바 있으며, 세부내용에 관한 판단만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실제 도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는 여러 단위에서 제안을 내놓고 있으나, 연금 수령 시기와 정년 간의 미스매칭 문제를 지적하며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 정부에서 고용시장의 정년연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공무원 정년연장과 호봉제 중심의 급여 체계 개편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실제 제도 도입이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년연장은 쟁점과 이해관계가 복잡하며, 국민의 공감과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실행이 쉽지 않다. 특히 교원 정년연장 문제는 단순히 고경력자들의 근속 연장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층, 즉 예비교사들이 교육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될 수 있다. 정년연장과 신규 인력 유입을 어떻게 병행할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다만 일반공무원과 교원은 근무 형태와 직무 특성이 크게 다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교원의 현실과 여건에 맞춘 정년연장의 가능성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정년연장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이는 반드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 판단된다.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경우 교원을 제외한 일반공무원의 정년은 현재 만 60세로 통일되어 있다. 과거에는 5급 이상과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 기준이 달랐으나, 이를 만 60세로 일원화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공무원 중 예외적으로 더 높은 정년을 보장받는 직군도 있다.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은 만 70세, 판사와 대학교수는 만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교원 역시 IMF 이전까지는 만 65세 정년이었으나, 이후 3년이 단축되면서 현재의 제도가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명예퇴직’ 제도가 함께 도입되었으며, 그사이 적지 않은 논란과 혼란이 있었다.
현재 국공립 기준 교원의 정년은 만 62세다. 그러나 실제로 정년까지 교단에 남는 교원은 관리직(교장·교감)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명예퇴직 기준은 시도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경력 20년 이상인 교원에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현실적으로는 매년 기준이 변동되지만, 대체로 23~27년 경력 사이에서 명예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S초 사태’ 이후 교권 추락의 영향으로 명예퇴직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승진하지 않은 평교사의 경우 정년까지 근무하는 비율이 낮으며, ‘승진해야만 오래 근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구조적 현실은 향후 정년연장 논의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약 5,5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교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57.6%가 정년연장에 찬성했다. 찬성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연금 수령 전 공백 해소’였으며, 반대 이유로는 ‘세대교체 지연’이 가장 많았다. 찬성과 반대가 어느 한쪽으로 압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년 이후 연금 공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국 교원의 평균 연령이 40대를 넘긴 상황에서, 정년과 연금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층(예비교사)과의 일자리 충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약 고통 분담 없이 기존 경력자만 혜택을 본다면, ‘세대 이기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도입 방식과 문제점
정년연장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도입 방식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논의가 뒤따르겠지만, 큰 틀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세부적인 논의는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일단 방향이 확정되면 세부사항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 첫째, 교원단체·일반 교사가 주장하는 ‘정년 환원’ 방식
과거 교원의 정년이 만 65세였던 만큼, 이를 ‘정년연장’이 아닌 ‘정년 환원’으로 보아 단계적 또는 일시적으로 현행 만 62세에서 다시 만 65세로 늘리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언뜻 가장 간단해 보이지만,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정년을 환원하면 관리직(교장·교감)의 임기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이미 승진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관리자의 정년이 늘어나면, 젊은 교사들의 승진 기피와 부장 기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고경력자만 혜택을 누리고 저경력자와 청년층(예비교사)의 기회를 빼앗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방식은 가장 단순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 둘째, 임금피크제 또는 이에 준하는 급여 보정 방식 병행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나 그에 준하는 급여 보정제도를 함께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현재 명예퇴직 또는 정년퇴직 후 기간제교사로 근무할 때 ‘14호봉 제한’을 받는 제도와 유사하다. 이 방식은 고경력자의 고액 연봉 구조를 조정해 세대 간 부담을 분담하려는 취지지만, 기준 설정과 대상 범위 결정에서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승진문제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불확실하다. 당사자들의 저항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며, 세대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경우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다.
● 셋째, 정년 유지 + 재고용 계약제 확대
정년 자체는 현행대로 두되, 정년 이후 계약직(기간제·시간강사 등) 형태로 재고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부 교원은 정년 후 희망에 따라 개별 학교 단위에서 계약직으로 재고용되어 만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확대한다면, 개인의 노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희망자 전원이 만 65세까지 계약직 교사로 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계약직 신분 특성상 승진이나 발령에서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고경력자의 대규모 재고용이 청년층 기간제교사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 계약제 시장 자체가 지역별 격차가 있고, 학령인구 감소로 점차 축소되는 경향이 있어, 대규모 시장 형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나가며
정년 연장은 단순히 근속 연장을 넘어 교단 구조 전반을 재편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현재 명예퇴직제도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지만, 연금 개시 연령이 늦춰지는 시점 이후에는 명예퇴직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는 신규 채용 축소, 교원 과잉 문제와 직결되며,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구조적 충돌을 야기한다. 또한 지역별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달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실효성이 낮다.
고령 교원을 기피하는 현장 여건과 교육재정의 제약도 변수로 작용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사례처럼 장기적으로 만 70세 정년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며, 이는 단순히 연금 재정 문제를 넘어 ‘100세 시대 노동시장’이라는 구조적 전환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교원 정년연장은 청년 교사의 일자리, 교단 고령화, 교육재정, 교권 회복 등 다양한 문제와 얽혀 있는 복합 과제다. 어느 한쪽의 이해만을 반영해서는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며, 교원 사회 내부의 자율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