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정치학회(회장 강무섭)는 10일 제5차 연차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교육개혁의 정치경제학적 조망'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민주적 교육개혁을 위한 대안과 교육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의 배제 등이 논의됐다.
심성보 부산교대 교수는 먼저 국민정부의 교육개혁의 참여민주적 교육개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밑으로부터의 교육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말만 요란하다는 것이다. 심교수는 국민정부가 문민정부의 교육개혁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전 정부에서는 청사진을 제출할 때까지 논의가 무성하여 공론화 과정이라도 있었지만, 국민정부는 실천만 하면 된다고 하여 논의를 차단함으로써 참여민주적 담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교수는 최근 교과교육연구논문 모집을 연구팀별로 하게 한 것을 예로 들며 교육개혁의 주체 형성에 다소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많은 경우 실제 연구팀과는 상관없이 승진을 위해 거짓명단을 짜거나 돈 욕심 때문에 신청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의 연구는 교육실천을 하지 않고 잿밥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동인을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다.
심교수는 따라서 참여민주적 교육개혁의 구체적 대안으로 ▲교육관료주의 타파 ▲교육문제를 공론화하는 '토론광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참여주체의 형성 ▲국가 주도의 입시제도를 공신력있는 시민단체에 의뢰하여 재검토 ▲정부는 교육과정의 대강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교육과정의 편성은 학교단위에 일임 ▲교육구청을 각급 학교의 교육을 지시 감독하는 기능이 아니라, 학교현장의 참여적 교육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장학기능과 상담기능을 하는 곳으로 전환 등을 제안했다.
윤종건 한국외대 사대 학장은 "정치가 교원정책과 나아가서는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정치가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학장은 교육정책은 다수결의 민주적 원칙에 맡겨둘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교육의 목적과 내용과 방법은 교육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당파적 이해득실과는 상관없이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학장은 또 "교육문제를 경제논리로 풀어가려는 것도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아예 돈이 드는 교육개혁사업은 차기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교육개혁정책 추진사업에서 빼버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교원들을 들볶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여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들만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윤학장은 학교평가, 능력급제, 교원연수자율화, 수행평가, 교원기간임용제, 수습교사제 등을 들었다.
윤학장은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먼저 교원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정치적 입김이 배제되어야 하며, 경제적 논리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 정정규 한국교총 교육정책본부장은 그 동안의 교원정책은 한마디로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본부장은 교원보수가 지난 '97년부터 인상되지 않은 채 작년에는 보수10% 삭감, 올해는 체력단련비 폐지 등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자 급기야 정부와 정치권이 체력단련비 부활, 내년 봉급 인상 등을 골자로 한 공무원 사기 진작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발표했다는 점에서 교원정책의 정치적인 의미를 잘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본부장은 또 최근 각계 각층의 논의를 수렴하는 기회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결정 및 추진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이유로 제3자인 정치권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어 오히려 잘못된 교원정책이 고착화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본부장은 따라서 "교원정책은 교육개혁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최우선 과제임을 깨닫고 교육정책 결정과정에는 전문가와 주체인 교원이 참여하고 그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여야만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교육정책에서 정치적, 경제적 논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육정책에서 정치적, 경제적 논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러한 논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