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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우리도 환골탈태(換骨奪胎)할 때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철새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지내고 다시 추운 북쪽 시베리아와 몽골 등지로 돌아가야 할 독수리가 여름이 된 지금까지도 휴전선 DMZ 지역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생태학자들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독수리가 야생성을 잃어 버려 돌아가지 않거나, 제2세 새끼독수리가 무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낙오하여 미조(迷鳥)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본성과 본래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독수리가 최근의 '갈팡질팡' 교육계를 연상케 한다.

한편 가장 오래 사는 새, 독수리의 수명은 최고 70년이다. 그러나 70년을 살기 위해서는 40살 정도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한 신중하고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40년 정도가 되면 발톱이 안으로 굽어지고 부리는 가슴 쪽으로 길게 구부러지며, 깃털은 낡고 날개 또한 점점 무거워져 마침내 먹이사냥 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늙은 독수리의 선택은 두 가지 밖에 없다. 1년쯤 더 살다가 죽든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혁신을 통하여 다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독수리는 자신의 낡은 부리를 바위에 으깨 뽑은 후 새 부리가 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 새로 난 부리를 가지고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그리고는 새로운 발톱이 다 자라나면 이제는 낡은 깃털을 뽑아낸다. 이 기간이 무려 150일, 제2의 삶을 위하여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절벽 끝에 둥지를 틀고 고통스런 자기 혁신의 과정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새로운 발톱, 새로운 부리, 새로운 깃털을 위하여 독수리가 겪는 거듭남의 과정이다.

최근 노대통령은 교직을 향하여 '수구적'이니 ‘개혁저항세력’이니 하며 몰아세웠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촌지근절을 위한 법안을 만드는 등 교직사회를 ‘촌지수수집단’으로 불신하며 교사 전체를 ‘선생 김봉두’ 취급하고 있다. 이 뿐인가, 사교육비 증가와 조기유학의 붐 등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문제까지도 공교육 부실과 함께 교원의 책임으로 돌리며 ‘교원평가제’와 ‘부적격 교원’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틈만 나면 언론은 공교육을 난도질하고 ‘교원 때리기’에 열중한다. 한마디로 우리 교직사회가 총체적으로 불신 받고 있으며 '자기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세간의 일부 왜곡된 시선을 보면서 묵묵히 사도의 길을 걷는 대부분의 선량한 교원들은 자존심과 권위에 큰 상처를 입고 사기가 꺾여있는 게 사실이다. 공교육 불신의 원인이 왜곡된 교육구조나 잘못된 교육정책이라는 것을 도외시된 채 교원들의 책임으로 덧씌워졌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가 곧 교원들의 문제로 일반화되어 등치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교단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할 때다. 소수이긴 하지만 교단에 '촌지'도 존재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적'인 교사도 있지 않은가, 대다수의 교원을 욕먹이는 '부적격'하고 '무능'한 교사도 있지 않은 지 돌아 볼 때다. 이제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조건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는 우리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길목에 다다랐다. 그러나 우리가 외부의 요구에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파괴하고 다시 태어나는 것은 독수리가 부리를 바위에 으깨고 생발톱을 뽑는 것 같이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우리도 더 깊은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가르치는 일’에 관한 한 전문가로서 다른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근 교단에서의 크고 작은 각종 비리와 관련하여 교육계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교직의 윤리를 재확립하는 뼈아픈 자성도 해야 할 것이다.

한낱 미물 독수리도 새롭게 거듭나 제2의 삶을 살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환골탈태 하듯이 지금 우리 교단도 건강한 교육을 저해하는 '낡은 부리, 낡은 발톱, 낡은 깃털'을 찾아 스스로 거듭나야 할 때다. 그 길이 아무리 멀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것이 교직사회의 신뢰와 교육의 본질을 회복시키기 길이라면 세간의 채찍과 비난을 달게 받고 반드시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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