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많은 비가 그칠 줄 모르게 쏟아지더니 오늘 아침은 안개로 출근길 시야를 흐리게 하더군요. 안개 후 날씨가 화창하게 맑듯이 모처럼 비는 그치고 날씨가 좋네요.
아침에 ‘누가 더 성숙한가’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어느 날 저녁에 외출을 하고 돌아온 부부는 뒤늦게 잠자리에 들었고 방에 불을 끄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남편이 아무 생각 없이 여보! 불꺼야겠다.라고 했더니 아내는 맞아, 불을 꺼야겠네요하고는 누워있었다. 남편은 속으로요즘 좀 잘해줬더니 머리 위에 올라오려고 하는군. 뭔가 좀 강하게 대처해야겠어.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생각했고 반면 아내는여태까지 불 끄고 문단속하는 건 내가 다 했는데 한번쯤 자기가 꺼주면 안되나? 몸살끼가 있어서 힘든데 좀 꺼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럴 때 과연 누가 불을 꺼야 하나? 늦게 들어온 아내가? 스위치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덜 피곤한 사람이? 아니다. 성숙한 사람이 꺼야 한다. 성숙한 사람이 바로 상대방의 입장을 더 많이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로 끝을 맺네요.
이 글을 읽고 지난 한 학기 동안 선생님들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지금까지 극단적 이기주의자였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지요.
저 자신이 큰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평생을 휴대폰 없이 살려고 했었는데 선생님들이 저에게 급히 연락할 일이 있어도 휴대폰이 없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초기에 휴대폰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들께서 급히 연락을 할 일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더군요. 그 동안 선생님을 참 불편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감도 들더군요. 그리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미성숙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도 깨닫게 되더군요.
울산 강북교육청에는 교육장이 8월 말로 퇴직하게 되어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교육장을 공개적으로 공모를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우리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교육에 대한 강한 집념과 의지가 투철하시고 열정이 대단하고, 모든 면에 솔선수범하며, 우리학교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으니 학교 걱정은 그만하시고 강북교육의 발전을 위해 응모하시도록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께서는 끝까지 이웃학교 교장선생님께서 교육장 응모서류를 내면 자기는 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평생을 의리 하나로 살아왔는데, 의리는 자식 때에도 지켜야 한다’ 면서 양보의사를 밝히셨습니다. ‘내가 좀 손해 보면서 살지’ 하시면서 극구 사양하셨습니다. 몇 번이고 말씀 드렸지만 끝내 이웃학교 교장선생님을 배려하는 그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우러러 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지요.
요즘 학생들은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극도의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화장실 청소가 배정되면 ‘왜 내가 화장실 청소해야 합니까?’ 하면서 따질 정도이니까요. 우리는 학생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선생님들이 먼저 배려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굣길에 교실에 불이 켜져 있어도, 창문이 열려 있어도, 쓰레기통 주변에 휴지가 있어도 그것 아무도 꺼지 않고, 닫지 않고, 줍지 않고 그냥 갑니다. 누가 꺼야 합니까? 누가 닫아야 합니까? 누가 주워야 합니까? 반장입니까? 당번입니까? 늦게 가는 학생이 해야 합니까? 선생님은 시키기만 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성숙한 사람이 해야 합니다. 선생님이 먼저 끄고, 선생님이 먼저 닫고, 선생님이 먼저 줍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배려하는 마음으로 먼저 행할 때 학생들도 선생님처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스스로 먼저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 아닙니까? 그래야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겠죠.
교육은 배려입니다. 나 자신이 먼저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고 먼저 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방 중심적으로 생각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선생님도 학생들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싹터 아름다운 열매가 나타날 것 아닐까요? 배려의 열매가 많이 열리는 성숙한 학생이 되도록 배려교육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바하리다스의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맹인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손에는 등불을 들고 우물가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때 그와 마주친 마을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정말 어리석군요. 자신은 앞을 보지도 못 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맹인은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