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교조의 ‘통일학교 자료집’ 세미나 파문이 일파만파로 증폭되고 있다. 문제의 진원이 다름 아닌 이미 1990년대 법원으로부터 ‘이적 표현물’로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는 북한 역사책 ‘현대조선력사’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전교조 측은 북한을 방문했던 교사들이 북한을 알아보자는 차원에서 연 세미나의 자료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자칫 전교조는 물론이거니와 교육현장 전반에 큰 부담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는 개인 사상의 자유 그 이상의 문제로써 교육계의 한 사람으로 우려되는 바가 크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료집에는 6·25전쟁에 대하여 “인민군대는 반격을 개시한 지 1개월 반 동안에 남반부 전 지역의 90% 이상에 달하는 넓은 지역과 남반부 총인구의 92% 이상을 해방하였다”라고 기술하고, 항일 무장투쟁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마련된 주체적 혁명 역량은 조국 광복의 역사적 위업을 성취했고 조선혁명을 더욱 힘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튼튼한 밑천이 됐다”는 등 북한의 주장이 여과 없이 기술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보도 내용과 일치하는 이런 자료를 가지고 개최한 세미나의 대상이 현직 교사였다면 이는 선량한 전교조 소속 교사 전반에 대한 ‘왜곡과 매도’라는 항의를 무색케 하는 실로 놀랄만한 일이다.
공교육 현장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마음이 아프다. 세미나 자료집과 통일교육 내용의 이적성 여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교육현장에서 우리 교사의 역할과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식 자체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등 일거수일투족을 닮아가게 마련이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편향적 역사관을 가진 교사들이 판단과 분별 능력이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의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전에도 ‘계기수업’이란 명분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 반APEC 수업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여 왔다. 학생들을 상대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반미 정서를 부추기고 좌 편향된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수업을 실시했으며 최근의 FTA 관련 계기수업에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파업 투쟁에 나선 단체와 인기 영화배우 등에게 학생과 교실을 버젓이 내놓기도 했다.
‘계기수업’이란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사회ㆍ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주제나 사건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별도로 실시하는 수업으로 정치․사회적 특정 사안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수업이나 교육활동에서 나름의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 외에도 교육기본법 제6조 제1항에는 ‘교육은 교육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의 전파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교육의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립성을 잃어 편향된 교육관으로 무장된 교사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는 교사 입장에서 보면 권한남용이자 교육을 빙자한 사상학습이며,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일방적인 방침을 주입시키는 명백한 ‘교육폭력’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희망을 갖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며 장차 사회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아직도 사리분별 능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자칫 균형 감각을 상실한 한쪽의 주장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