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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물=생명'교육 철저히 시켜야

오늘 아침 7시 45분쯤 1.2학년 부장선생님께서 저에게 와서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하네요. 그 동안 선생님들께서 수고하셨는데 8시 수업 들어가시기 전에 한 마디 코멘트를 해달라고 해서 망설이다 그렇게 하는 낫겠다 싶어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서는 짧은 시간에 간단히 선생님들에게 말씀 드릴 것을 메모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갔습니다. 그걸 읽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어제쯤 말씀해 줬더라면 사전에 준비를 해 선생님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을 터인데 조금 아쉽네요.

마이크를 들고 1,2,3교무실, 1,2,3학년실, 체육실, 전산실에 계시는 선생님께 방송을 했습니다. 끝나고 나니 선생님들께서 박수를 치네요. 오히려 제가 박수를 치고 격려해야 되는데 오히려 반대로 저가 박수를 받고 격려를 받네요. 저도 그 동안 선생님들과 함께 동행했다고 그러나요? 이렇게 좋게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은 선생님들에게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게 저의 할 일 아닙니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어 눈시울이 뜨거움을 느끼게 되는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 선생님들에게 말씀 드린 내용은 이러합니다.

‘선생님, 오늘 출근길은 좀 가볍지 않으십니까? 1.2학년 보충수업이 끝이 나고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까 말입니다. 그 동안 보충수업과 학생자율학습 지도를 위해 방학을 반납하시고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선생님들의 땀이 있었기에 학생들은 거기 밑바탕이 되어 쑥쑥 성장할 것입니다.

특히 외부 강사 선생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생님들에게서 따뜻함도 느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성도 보았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아름다움도 보았습니다. 선생님들의 수고로 인해 우리학교 학생들은 더욱 분발해서 공부하는데 힘쓸 것입니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지만 여유로움을 가지시고 에너지도 충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아침 3학년 담임선생님 한 분께서 인사를 하면서 1.2학년이 오늘 끝난다는데 정말 부럽다고 하네요. 3학년은 23일까지 해야 하고 28일부터 개학이니 사실상 방학이 없으니까 당연히 부러워하겠죠. 그렇지만 그걸 부러워하지 마시고 오히려 보람으로 여기시고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3학년 학생들을 위해 방학을 반납하고 힘을 쏟은 게 큰 보람으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보람을 먹고 살아왔던 지혜로운 사람들 아닙니까? 조금도 부러워하지 마시고 기죽지 마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개학하는 날 만남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관심이 있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니고 학교 운동장에 깔려 있는 잔디입니다. 그 동안 비가 오지 않고 무더위가 계속 되는 바람에 운동장 잔디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학교 박 주사님께서 운동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로 잔디에 물을 뿌렸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검은 빛이 푸른 빛으로 되돌아옴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물이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학생들에게 물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선생님들도 늦은 휴가지만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가지면서 산에 가서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물임을, 물의 귀중함을, 물이 생명임을, 물이 주는 고마움을 느꼈으면 합니다. 바다에서는 물이 귀하다는 것을 느꼈으면 하네요,

지난달에 ‘물=생명’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겠다는 생각으로 메모해 둔 것을 소개하며 마무리 합니다. ‘울산시는 지난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 동안 태화강 일대에서 제1회 태화강 물축제를 열었습니다. 곳곳에 제1회 태화강 물줄기의 홍보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주위에서는 그 많은 돈을 쓸데없는 물축제 하는데 투자하여 돈을 낭비한다고 불평을 하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물이 생명인데 정말 울산시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전 인사이동에 따라 마산에서 울산으로 오게 되었는데 울산에 오니 심각한 것이 공기오염과 물오염이었습니다. 시내에 나가면 공장에서 날아오는 퀴퀴한 냄새 때문에 길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방송이나 신문에는 태화강이 죽어가고 있다고 난리였습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로 인해 고기가 살지 못하고 물은 검은 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의 식수원인 태화강의 물이 한껏 맑아졌고 태화강이 서울 한강 등 타 지역 강과 비교해 전국 최고의 수질이라는 신문보도를 보고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물의 오염상태는 심각함을 알 수가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에는 ‘겨우 6.5㎜ 비에 청계천 물고기 떼죽음’이라는 기사를 보니 오염된 빗물이 유입돼 애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내용이더군요.

또 며칠 전 지방신문에 보니 역시 ‘울산지역 대부분 아파트단지에서 아파트 관리인들이 매일 걸레를 빨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씻은 오수를 그대로 우수관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때문에 해당 아파트단지 일대의 악취 및 병충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근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어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그러면서 ‘공장의 대형 폐기물 방류처럼 눈에 띄게 오염되지 않는다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지자체는 아파트단지 내 시설현황을 조사하고 청소로 인한 오수가 악취나 하천을 오염시키는 현실을 바로잡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라는 기사를 읽고 공감하였습니다.

이웃나라인 중국에서도 먹을 물이 없어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교수님이 쓴 중국에 관한 책에 이런 글이 나오더군요.

‘노자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떠들며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자랑도 없고' '늘 낮은 데로만 흐르는 겸손 그 자체'로 물 자랑을 하던 중국인들이 먹을 물도 없어 허둥대는 광경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호텔샤워기에서 진흙물 쏟아지는 건 머드팩 서비스 정도로 눈감아줄 수 있지만 대도시에서 먹을 물도 없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은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몇 년 전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베트남도 물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이 마실 물은 모두 파는 생수로 해결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은 있을 때 아껴야 하고 물은 깨끗할 때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중국처럼, 베트남처럼 물이 없어 난리가 날 때가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도 벌써 먹을 물을 믿지 못해 돈을 주고 생수를 사먹는 시대가 되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늦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물 오염을 철저히 방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물을 아끼고 깨끗하게 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물이 그리운 시대가 오기 전에 물을 깨끗하게 관리 잘하는 법을.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곳곳에 절수라는 글이 붙어져 있고 학생들은 물을 아끼는 일에 힘을 모으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가장 귀한 것이 물입니다.’ ‘물은 곧 생명입니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물의 귀중함과 심각성을 깨닫고 학생들에게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을 길러줌은 물론 물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합니다.나아가서는 ‘물=생명’임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우리 모두가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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