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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격려입니다

선생님, 오늘 아침은 훨씬 시원하지 않습니까? 새벽에는 시원한 바람이 제법 불더군요. 아침 출근길에도 가을아침을 예고하는 듯 더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있어 더위가 한풀 꺾여지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학교의 자랑 중의 하나가 조례대를 포함하여 좌우로 푸르고 싱싱한 등나무가 줄지어 서서 생기를 불어넣고 왕성한 생명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 등나무에서 봄에 이어 또다시 포도송이의 보랏빛 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기쁨이 됩니다. 봄의 포도송이 꽃은 찬바람에 시달려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 기쁨의 꽃이었었는데 지금은 찌는 듯한 삼복더위의 고통을 이겨낸 환희의 열매입니다. 이는 더위를 이겨내며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의 환희의 열매를 보는 듯해 흐뭇합니다.

어제 아침 스포츠 뉴스를 잠시 보았는데 김병지 선수에 대한 인터뷰하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김병지 선수는 아시다시피 부동의 국가대표선수 골키퍼였는데 한번 골문 라인을 벗어나 중앙으로 돌진하다 감독의 눈에 나서 그 때부터 국가대표선수 골키퍼의 주전 자리를 내어주는 수모를 겪게 된 분 아닙니까?

어제 인터뷰에서는 자기에게 이런 상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프로축구경기에서 가장 많이 뛰고 많은 연봉을 받게 된 것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격려 때문에 잘 견뎌 내어 오늘의 자기가 되었다고 하면서 자기도 많은 분들에게 격려를 주는 자가 되어야 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듣고서 ‘교육은 격려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더군요. 학교에는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크고 작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로부터 격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처로 인해 격려의 목마름으로 갈증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3학년 학생들은 4당5락의 정신으로 밤낮으로 책과 씨름하며 공부를 하지만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실망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격려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받은 상처, 부모의 부재로 인한 상처, 친구 또는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상처 등등으로 몹시 힘들어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격려를 받기는 좋아하지만 격려하지 않습니다. 격려하는 데 인색합니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에 격려자가 되어야 합니다. 김 선수가 때론 가슴에 불이 꺼지는 것과 같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격려임을 알고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슈바이처는 ‘우리 마음의 불이 꺼질 때가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불이 붙을 때가 있다. 이 불을 붙여 준 사람에게 우리 깊은 감사를 보내야 한다.’라고 합니다. 가슴 속에 불을 붙여 주는 격려자가 바로 남 아닌 내가 되어야 합니다. 싸늘한 삶을 따듯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격려밖에 없습니다. 어떤 이는 한마디 친절, 격려의 말이 삼동(三冬)을 훈훈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모두가 갈대처럼 연약하고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비고비마다 격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격려자로 나타나야 합니다.

루스티 베르쿠스는 ‘인생에는 가끔 신비한 만남이 찾아와서 우리를 인정해 주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를 일깨워준다. 그리하여 우리가 가진 큰 가능성이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상처로 인해 실망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격려해주는 신비한 만남의 사람이 되어줘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격려입니다. 누구나 다 격려가 필요합니다. 격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격려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격려가 가슴에 꺼진 불을 다시 붙여 줍니다. 선생님들은 격려받기보다 격려하는 자로 바뀌어야 합니다.

격려할 자를 찾읍시다. 상처를 안고 있는 자를 찾읍시다. ‘상처 없는 새가 없다’라는 글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상처는 누구나 다 있다. 상처가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렇습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에그 상처를 찾아 싸매어줄 수 있는 따뜻한 격려자가 되어야 합니다. 격려가 우리의 해야할 역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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