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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우리 시대의 봉사 활동

고3 진학실(또는 교무실)에 매일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 그 중에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헤쳐 보면 이것저것 다양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서울산업대학교 학보를 보다가 교양강좌에 “사회봉사”과목이 눈에 띠었다. 대학 교양 강좌에 진정한 사회봉사 정신을 길러 가기 위해 설강된 것이 신입학 학생들의 필수 과목으로 돼 있다고 한 글을 읽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봉사정신이 무엇인지 정말로 바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고등학교에서 하는 봉사활동이 대학에 가기 위해 하는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 일을 하는 학생도 신이 나지 않고 일을 시키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시간수를 메워주는 것 같아 양쪽이 다 씁쓸한 느낌을 받고 있지는 않는 지 의심스럽기만 할 때가 종종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1년에 20시간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니 교내에서는 이것저것 일을 시킨다. 그래서 학생들은 20시간이 찰 때까지는 잘 하는 척 한다. 그러나 20시간이 넘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하기를 꺼려한다.

봉사활동은 봉사정신보다 봉사점수를 위한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규정된 봉사활동이 학생들에게 진정한 봉사정신을 길러 주기 위해서 마련된 장치이다. 그러기에 이 정신을 잘 살리기 위해서 학생들은 각 학년에서 필요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각 기관으로 사설 단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간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각 대학에서 봉사활동도 점수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를 내 놓기가 무섭게 각 고교에서는 봉사점수를 학생들에게 채우기 위해 교내 봉사활동을 주지시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봉사활동에 봉사상까지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 결과 봉사상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이 돼 버려 상의 희소성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게다가 봉사시간이 점수화돼 버린 현실에서 법정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어 학생으로서의 봉사정신은 온 데 간 데 없고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껍데기 봉사점수만 날개치듯 팔리고 있는 실정은 아닌 지.

우리 시대의 진정한 학생상은 없어도 진정한 학생을 빙자하는 학생은 날개치듯이 거리를 활보한다. 학생은 학생다운 맛이 있어야 학생이다하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펼쳐내는 순간 어느 누가 자기를 왕따 취급하지 않을까 뒤돌아 봐야할 상황은 아닌 지. 교내에 화장실 청소를 시키고자 하면 학생이 하기를 싫어해 청소가 잘 되지 않는다. 그나마 봉사점수가 다 채워지지 않은 학생이 하기는 하지만 불만과 불평이 여간 아니다. 화장실도 청소 대행업체에게 맡겨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봉사정신은 봉사활동의 배경지식이 되어야

학생들에게 물어 본다. 왜 봉사활동을 하느냐고 하면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고 머뭇거림 없이 말한다. 왜 화장실 청소를 하고 봉사활동 점수를 받으려고 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짐면 "왜 그런 더러운 일을 하고 점수를 받아야 합니까"라고 답하는 학생도 있다. 쉽고도 편리한 일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그런 더러운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자기가 사용하는 학교에 대한 애착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개인적인 이기주의가 훨씬 강하게 풍겨내는 요즘 학생들의 내면의 심리를 읽어 낼 자는 누구인지. 그들에게 바른 길을 안내할 사람은 또 어디에 있는 지. 정답을 찾아낼 힌트는 어디에 있을 지. 봉사활동은 봉사정신을 길러 사회에 나아가서는 인류에게 봉사하는 인물로 발돋음하는 계기를 삼고자 하는 것이다. 케냐의 환경부 차관(왕가리 마타이)이 2004년도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 것도 아프리카에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자 하는 그린벨트 운동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신의 바탕은 바로 남을 위한 헌신적인 애민정신의 발로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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