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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폭력 없는 학교’ 홍보대사가 주는 우려


지난 9월 11일 우리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 추방의 날」 행사를 가졌다. 최근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부가 학기 초에 학교 폭력이 많은 점을 감안해 매년 3월과 9월 셋째 주 월요일을 학교폭력 추방의 날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정 운동이나 캠페인이 지나치게 구호만 앞세운 ‘실적위주 전시행정’으로 치우쳐 오히려 그 본질이 퇴색될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지방교육청에서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홍보대사로 영화배우 정준호 씨가 위촉된 것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홍보대사’는 그 인물이 지닌 상징적인 이미지가 특정 단체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을 위촉해서 홍보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아무 사명감이 없는 유명인사나 인기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홍보대사는 당연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 ‘폭력은 나쁜 것’ 이라는 홍보 캠페인을 벌임으로써 궁극적으로 학교 폭력 근절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가 우리 교육계의 특성에 비추어 학교폭력 근절의 역할에 어울리는 인물인지는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타고난 카리스마로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역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 영화는 중간보스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오라는 보스의 명령에 따라 고등학교에 기부금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조폭 코미디물이다. 한 마디로 ‘두목과 스승 그리고 아버지는 동격’이라는 내용으로 극 중에서조차 “조폭생활 10년, 이런 학교는 처음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도 비리 사학재단의 이사장으로 출연하여 ‘돈이 법보다 세다’라는 논리로 법을 집행하는 현직 검사와 대결하는 역을 맡았는가 하면 최근 개봉한 청소년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는 조직폭력 세계를 주름잡는 전설의 칼잡이로서 친구들과의 배신과 복수의 킬러로 열연했다.

이 외에도 ‘가문의 영광’, ‘역전의 명수’, ‘나두야 간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투사부일체’ 등 폭력과 욕설, 외설 등이 난무하는 조폭코드 영화의 단골 주인공으로 돈과 주먹, 폭력의 상징으로서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 폭력영화를 평정한 스타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다’, ‘폭력영화 주인공이어서 오히려 더 적합하다’라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학교를 무대로 다룬 ‘학원영화’가 봇물을 이루면서 ‘창작의 자유’ 차원을 넘어 학교를 변태와 부정이 난무하는 집단으로 표현하고 있는 터다. 특히 학생과 교사의 비정함, 우정이 말살된 교우관계, 나아가 잔인한 학교폭력 등을 소재로 다루면서 조폭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행동’할 만 하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교직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따라서 그가 아무리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라 할지라도 학교폭력 근절을 외쳐야 할 홍보대사로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더구나 그의 인기도나 상징성으로 미루어 앞으로도 계속 ‘폭력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것이 분명하다. 한편에서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외치면서 다른 편에선 폭력을 미화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 이다.

부디 의협심은 강한 반면 가치관 정립은 덜된 청소년들이 자칫 주먹세계를 우상시하고 폭력을 정당화, 희화화하는 역효과를 가져옴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생 교육에 악영향을 주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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