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중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학습 활동 외에 별도의 행정 업무를 맡는 '보직 교사',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규정된 제도이다. 보직교사는 학교에서 교육당국의 공식, 비공식 공문을 비롯하여 각종 단체에서 협조 요청하는 문서까지 하루에도 수 십 건의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처리한다.(본 리포터는 교무부장으로써 여기서 담임 등 타 업무는 논의하지 않음)
최근에는 사회 변화에 따라 정보화 관련 업무, 급식관련 업무, 체험학습 업무 등 예전에 없었던 업무들이 크게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이 말 많고 탈 많은 ‘혁신’ 관련 업무가 폭주하면서 교육당국의 교원 잡무 경감 정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학교의 교육계획이나 학사 행사 추진 전반은 물론 일반 행정업무는 주로 부장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보직교사라 해서 특별히 수업 시수를 줄여줄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하루 4~5시간의 수업을 하면서 틈틈이 공문처리를 하자면 하루해는 짧기만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과 후에 남아서 업무 처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출입 업무나 국정감사 보고자료 등 시간을 미룰 수 없는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수업에 지장을 주는 때가 허다하다.
한국교총에서는 이미 저 출산 등 사회변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도심 공동화로 학교 학급 수가 크게 줄어 현재의 보직교사 배치 규정을 시대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지만 차제에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급 별 보직교사 배치 인원을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2001년 1월 29일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의하면 초등학교의 경우 ① 6~11학급 2인 ② 12~17학급 4인 ③ 18~35학급 6인 ④ 36이상 학급 12명의 보직교사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중학교는 ① 3~8학급 1인 ② 9~11학급 2인 ③ 12~17학급 8인 ④ 18이상 학급 11명이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① 3~5학급 2인 ② 6~8학급 3인 ③ 9~17학급 8인 ④ 18이상 학급 11명, 그리고 실업고 및 체육고는 1명이 추가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초등학교가 가장 적고 고등학교로 갈수록 많이 배치하도록 규정된 것. 이는 현실과 상식에 맞지 않는 엄연한 차별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차별 규정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초․중학교가 고등학교에 비해 행정업무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 고등학교가 시도교육청에 소속된 반면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 관할인 관계로 공문처리나 잡무량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근무해본 교사는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학교급 별 배치 기준의 차등을 없애거나 그 격차를 극소화해야 할 것다.
둘째,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보직교사 배치기준을 현행보다 세분화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35학급에서 25학급 정도 규모의 학교들이 업무량에 비해 보직교사수가 부족하다는 초등학교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본다. 이런 현상은 대도시의 경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전체 초등학교 5733개교 중 25학급에서 35학급인 학교는 약 17.7%인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대도시의 경우 30% 이상을 넘고 전입인구가 늘어나는 경기도도 25.7%에 이르는 수치다. 이 수치대로라면 전국적으로 다섯 학교 중 한 학교는 한 명의 보직교사가 두 개의 보직을 맡아야 하므로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 초등학교 의 보직교사 배치 문제는 올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셋째, 최소 학급의 배치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현재 법령에 규정된 초등학교 6~11학급(2인), 중학교의 3~8학급(1인), 고등학교의 3~5학급(2인)의 배치 인원으로 그 많은 업무를 원만히 처리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업무의 양은 큰 학교에 비해 다소 적을 수 있으나 처리 공문의 종류나 업무의 수량은 결코 적어지는 게 아니라 업무를 여럿이 분담할 수 있는 큰 학교에 비해 오히려 작은 학교일수록 불리하다. 큰 학교나 작은 학교 공히 일반 행정업무는 주로 보직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시대가 변하면 규정도 변해야 한다. 상식에도 맞지 않고 시대에도 뒤떨어진 보직교사 배치 규정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