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다. 전교조가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를 저지하겠다며 오늘 대규모 연가투쟁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교육당국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자리를 비운 학교는 학교대로 수업 결손 처리 고충도 있지만 더 큰 걱정은 교단에 또 다시 대규모 징계 파동이 일지 모른다는 우려다.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교육부총리와 시도교육감도 교사의 연가투쟁 자제를 촉구하는 호소 서한도 보내는가 하면, 참석교사에 대하여는 경고 수준을 넘어 투쟁을 주동하는 교사뿐 아니라 단순 가담자까지도 ‘법대로 처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학부모단체까지도 총 세 차례 이상 연가투쟁에 참여한 교사를 형사고발 하겠다고 나서는 판국이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이 과연 위법인지, 교육적으로 합당한 지를 여기서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앞둔 교육부의 처신은 실로 우려스럽다. ‘권위주의적 퍼스낼리티(authoritarian personality)’, ‘권위에 절대 복종하는 반면, 약자에게는 지배적으로 행동하여 자기를 과시하는 성격’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때만 되면 어김없이 관리자인 교장, 교감을 협박하는 교육당국이 그 꼴이다. 교육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이번 연가투쟁에 참석하는 교사는 물론 연가투쟁을 방조하거나 연가를 허가하는 교장과 교감에 대해서도 ‘엄중문책’ 하기로 한 것.
다급한 교육당국의 처지야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이래서는 정말 안 된다. 어떤 교장, 교감이 소속 교사가 교육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행사에 참석해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수업 결손을 초래하는 연가투쟁을 방조하거나 연가, 조퇴를 허가하고 싶겠는가. 관리자만 목 조이면 다 될 것이라는 교육당국의 오만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교육당국은 이번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법대로 징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경고대로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굳이 교장, 교감을 윽박지르며 사기를 꺾는 것은 교육현장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퍼스낼리티’이며 '구시대적 발상'이다.
교육수장이 앞장서서 이렇게 학교의 교장, 교감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어떤 교사가 관리자의 권위를 존중하고 따를 것이며, 어떤 관리자가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학교를 경영할 수 있겠는가. 이런 처사야말로 교육부가 전교조를 향하여 지적한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며 중대한 ‘월권행위’다.
관리자에게는 소속 교사가 불법으로 규정된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만류하고 조절하는 역할과 리더십이 당연히 요구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연가나 조퇴를 한다고 해서, 혹 무단으로 참석한 것이 발각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교장, 교감을 '엄중문책'하겠다며 윽박지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차제에 이번 집단 연가사태에 대해서는 교육부 당국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장, 교감 문책 운운하며 협박하기에 앞서 모두가 반대하는 부실한 ‘교원평가제’의 일방적인 강행이나 교육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교원성과급제’ 추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