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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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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평생 빚진 마음을 교육 사랑으로

국회 교육위는 한국교총이 20여 년간 제정을 추진해 온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을 통과 시켰다.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각종 학교안전사고로부터 학생, 교직원 및 교육활동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학교안전공제회 설립과 근거법 제정을 촉구해온 결과다. 통과된 안전사고 보상법에 따르면 교육감 산하에 시도학교안전공제회가 설립되고 장관 산하에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설치돼 그간 들쭉날쭉했던 보상범위, 대상, 금액 등 사업의 통일성을 기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공제급여를 제한했던 자해․자살에 대해서도 ‘학교안전사고’가 원인이 된 경우에는 전부를 지급하기로 해 학교폭력, 따돌림에 의한 자해․자살도 공제대상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학교급식 등으로 인한 질병, 등하교시 발생하는 안전사고 등도 공제대상에 포함되어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각종 학교안전사고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고 보상범위도 통일성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환영 할만하다. 필자 또한 불의의 사고로 어려운 시기에 학교안전공제회의 혜택을 받아 무척 고마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현듯 예감이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저 최00 입니다.”
“선생님, 현이 애비인데요.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있어요?”
“예, 말씀 하세요. 현이가 무슨 일이 있습니까?”
“병원에 갔는데 아무래도 실명을 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이 어멈은 병원에 누워있고, 저 또한 어찌할지 몰라 직장에도 나가지 않고 이일로 인해 변호사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일 찾아뵙는다 하고는 전화를 끊고 말았다.

겨울방학 하기 하루 전에 일어났던 일이 스쳐 갔다. 그날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넷째 시간 수업을 마치고, 알림장에 학습준비물과 학습과제를 메모해 주고 확인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현이하고 석이가 싸우고 있어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칠판 앞으로 나와서 무릎 꿇고 앉어!” 그리고는 계속하여 하던 일을 하게 되었다. 얼핏 순간적으로 석이가 연필을 휘두르는 느낌이 들었다. 석이가 현이에게 연필로 찌르는 흉내를 내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실제로 눈을 찔러 버렸던 것이다. 엉겁결에 놀라서 튀어나가 손바닥으로 눈을 막고 하느님께 빌었다. 하느님 제발 아무 상처가 없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그리고는 살며시 손바닥을 떼어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조금 있으니 석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었다. 1학년이었기에 먼저 보건실로 데리고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다시 교실로 와서 나머지 학생들을 귀가 시키고 다시 보건실로 갔지만, 가까운 안과 병원으로 보냈다고 하였다.

가해 학생인 석이 어머니와 피해학생인 현이 아버지에게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하고 석이 어머니가 한 번 찾아가 보기를 부탁드렸다. 그 후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모든 일이 잘 된 것으로 알았다. 방학을 하는 날은 너무나 바쁜 일정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였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지나갔다. 그 후 나는 상담교사 연수를 받기 위해 이곳 공주에 하숙을 하면서 연수를 받는 중이었다. 상담연수 성적에 관심을 많이 갖다 보니 사고가 났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제 승진을 위한 상담점수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음날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서 현이네 집을 찾았다. 현이네 집은 그야말로 초상집 같았다. 현이 어머니는 방에 누워있었고 현이 아버지 또한 근심 걱정으로 인해 초췌한 모습이었다. 현이는 위로 누나가 둘이 있는데, 큰 누나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작은 누나는 중학교에 다니는데 아들을 얻기 위해 터울을 두어 낳아 귀한 아들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눈을 실명하게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속상할 것인지는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생활지도를 잘 못한 나의 불찰이 크다며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현이 아버지는 선생님이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니 너무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한다. 다만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 볼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말할 때는 아픈 가슴에 눈물이 나왔다. 나는 내일 가해자와 서로가 약속을 하여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며 돌아왔다.

가해자인 석이 아버지와 약속을 한 장소는 유성에 있는 00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고 현이 아버지에게도 약속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다. 먼저 석이 아버지와 커피숍에서 만난 나는 생활지도를 잘 못하여 미안하다는 말에 오히려 자식의 잘못으로 선생님이 중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 참 후 현이 아버지는 다른 한 사람과 같이 왔는데, 눈매가 상당히 매섭게 생겼다. 한 눈에 브로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석이 아버지는 제 3자가 개입이 되면 변호사를 사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자 현이 아버지도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장소와 시간을 정하여 만나게 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일은 피해자인 현이 아버지도, 가해자인 석이 아버지도 담임에 대한 불평이 서로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가해자인 석이 아버지는 역지사지로 내가 자식이 그렇게 피해를 입었다면 그 이상으로 화를 내고 완치시켜달라고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아버지의 가슴 아픈 마음을 최대한 수용하여 주었고, 피해자인 현이 아버지도 선생님과 학부모님과의 관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며 예의를 서로가 갖추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석이 아버지는 모든 일을 내가 책임을 질 테니 담임선생님이 심적 내지는 물적 책임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를 하였다. 피해자인 현이 아버지도 가해자가 책임지고 해 주겠다는 약속에 더 이상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말만 들어도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으로 얼마나 불편한 관계가 많이 있어 왔던가. 옛날이야기에나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을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인 것을 어찌 한단 말인가. 나는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하고 학교안전공제회에 학교안전사고 사실 확인서와 뒤늦게 보내게 된 사유서도 함께 보내게 되었다. 학급에서 이루어졌던 일이기에 사건 전말을 자세히 기록을 하여 불가항력적인 어찌할 수 없었던 일이었음을 강조하였다. 이 일로 인해 법정 소송을 불사하게 까지 이루어 진점도 강조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쌍방간에 6개월 후 의사의 진단 하에 합의 보자고 하여 일단 6개월 후로 미루게 되었다.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현이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다. 모든 일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고자 전화를 하였다는 것이다. 마음씨 좋은 현이 아버지는 가해자가 어린이라는 점을 최대한 감안하였고, 선생님을 생각해서 모든 것을 최대한 배려하였다고 하였다. 학교안전공제회에서도 생각보다는 많은 금액이 배부가 되었다고 하였다. 가해자인 석이 아버지도 같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으로 모든 것을 최대한 노력을 하였다는 것이다. 모두가 감사한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은 평소에 선생님이 편애하지 않고 사랑으로 공평하게 학생교육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무척 화가 나고 선생님을 상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였으나 주위의 모든 분들이 담임선생님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한결 같이 하기에 모든 것을 아이의 운명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빙긋이 웃는 모습에 평화가 넘쳐흘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 누가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점심 값만은 내가 지불하고자 하였으나 끝내 내지 못하고 평생 빚진 마음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평생 빚진 마음을 교육 사랑으로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베풀어준 교육사랑은
그 어떠한 것에 비교할 것인가.

모든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내 탓으로 돌리며
교육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음에.

항상 고운 마음씨만큼
지난 날 모든 허물 잊으시고
두 분의 가정에 늘 행복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베풀어 주신 고마움은 학생교육을 위해
평생 빚진 마음을 교육 사랑으로
사랑과 정성을 다 할 것을 다짐하며

베푼 사람은 잊을지라도
베풀어준 고귀한 마음은 영겁으로 이어 지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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