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자마자 아내와 함께 메밀칼국수로 저녁을 때우고 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를 보기 위해 문화회관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충주는 악성 우륵선생이 열두 줄 가야금을 타던 곳으로 유서 깊은 탄금대가 있다. 지금은 탄금호 라고 불리는 넓은 호수로 둘러싸여서 너무 아름답다. 우륵선생을 기리는 우륵문화제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호암 체육공원에는 2000년에 우륵당이 생겨서 가야금을 배우는 우륵의 후예들이 가야금 타는 소리에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매년 전국 가야금경연대회도 이곳에서 개최된다. 충주시에서는 시립 우륵국악단을 창단하여 올해로 40회 정기연주회를 지난7일 충주문회회관 대 공연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최민경의 사회로 무대의 막이 오르자 청중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데 35명으로 구성된 단원이 검정 단복을 입고 국악기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새로운 느낌을 안겨 주었다. 전통연주복장과 오케스트라와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지휘자가 박수를 받으며 나오는데 관현악지휘자 복장에다 두발모양까지 서양음악지휘자 스타일이어 국악의 전통이 빠르게 퓨전화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요한 적막을 깨고 국악기의 고운 선율이 장내에 퍼져나가자 숨소리를 죽여 가며 감상에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로 국악관현악 “아라성”으로 충주의 전래소리로 내려오는 노동요에서 모심기를 다른 이름으로 토속 민요의 선율로 장단의 정(淨)과 동(動)이 함께 어우러진 관현악곡이 연주되었다.
두 번째는 박민정의 거문고 협연으로 “달무리”가 중후한 음색의 효과를 살려 달을 바라보는 그리움과 달맞이의 즐거움을 나타내 달에 대한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였다. 세 번째는 온라인 게임 뮤직 “카트라이더”로 자동차운전을 하는 레이싱게임 배경음악을 국악기로 편곡하여 동영상과 함께 연주하였다. 네 번째는 드라마 영화 OST“나가거든, 타이타닉, 불인별곡”을 동영상과 함께 연주하며 소프라노 배우선의 노래와 어우러져 많은 박수를 받았다.
다섯 번째는 김경아의 태평소 협연으로 영화 “Children of Sanchez"의 주제선율을 전통적인 장단을 활용한 태평소 합주곡으로 관중들의 흥을 돋우어 앵콜 공연까지 하였다. 여섯 번 째는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B-BOY"댄스와 우리음악이 어울림을 시도하여 우리음악의 현대화 대중화를 실험적으로 시도하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충주 KBS 어린이 합창단원이 나와 동심으로 여는 세상 ”아기염소, 아빠 힘내세요, 르돌프사슴코, 징글벨 캐롤을 불러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동심의 마당으로 “벌써”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연주회의 막을 내렸다.
우리음식과 서양음식이 어우러져 퓨전음식이 나오듯이 음악도 우리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어가며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의미 있는 연주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악을 좋아하는 아내도 만족한 연주회였다며 내년에도 함께 오자는 주문을 미리 한다. 충주세계무술축제 때 가수들을 보기위해 구름처럼 몰려드는 관중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이런 즐거움을 못 느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