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방학 넷째 날입니다. 3학년 선생님 중 한 분은 정시원서도 끝나 편히 쉴 수 있는 방학이지만 1,2학년 보충수업을 돕기 위해 학교에 나오십니다. 그것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가장 일찍 오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방학이라 부산에서 출퇴근하시는데도 말입니다. 몇 시에 집에서 나오느냐고 물으니 아침 6시면 나온다고 하네요. 이와 같은 선생님이 계시기에 학교는 더욱 빛이 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이제 방학이 되어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가져보지 못한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개정안입니다. 교육부에서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보았습니다. 개정이유, 개정내용을 눈여겨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선생님의 인사개정안에 대한 의견도 읽어보았습니다.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개정안을 보고서 교육부가 현재의 승진안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여론수렴을 나름대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서 나름대로 문제점에 대한 대책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놓은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경력, 근평, 연수점수, 가산점으로 구성되는 승진규정 골격은 지금과 다름없이 유지한다는 것은 아주 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역별 가중치를 바꾸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승진규정 개정안이 무엇보다 공정한 기회가 밑바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개정이유를 읽어보니 현행 연공서열중심 승진 구조를 능력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경력평정 반영기간 및 비중을 축소한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의 경력에 대한 승진안이 어떻게 바뀌어왔습니까? 20년에서 25년으로 바뀌었다가 또 30년으로 연장이 되었다가 지금은 25년으로 앞으로는 20년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25년, 30년으로 경력을 늘였을 때에는 뭐라 했습니까? 그 때도 능력중심으로 개선하되 경력자를 우대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능력중심으로 개선을 한다고 하면서 경력자를 홀대하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50대 중반을 달리는 저로서도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것도 경과규정을 둔 것도 아니고 1년씩, 1년씩 줄여가는 연차적도 아닙니다. 교육은 경륜인데 경력자를 홀대하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교육의 질서를 세워가는 분도 연장자이고, 학교의 갈등을 잠재우는 분도 50, 60대이고, 20대에서 60대까지 분포되어 있는 학교에서 그나마 학교를 안정되게 이끌어가는 데 주역을 하시는 분이 50, 60대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선생님들을 홀대하는 승진개정안은 학교를 세우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면서 승진규정은 왜 이렇게 자주 바뀝니까? 신중을 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 그래도 위, 아래도 모르는 학교현실인데 그렇게 하면 30대, 40대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하겠습니까? 선배선생님으로 보이겠습니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우습게보지 않겠습니까? 50, 60대를 가볍게 제쳐야 자기들이 살 길이라고 할 것 아닙니까? 50,60대 선생님들을 뒷방 늙은이 취급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어서야 어떻게 학생들에게 사람됨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겠습니까? 학교를 어디 대기업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젊고 유능한 사람 과장, 부장 않히고 얼마 안 있어 퇴출시키고. 이런 방식을 학교에까지 적용하려는 발상은 아닌지?
다음은 근무성적 평정방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근무성적 평정방식에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평정점수 상향 조정, 반영기간 확대 및 평정결과의 공개 등을 통해 평정의 객관성, 신뢰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른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평정점수를 100점으로 높여 놓고,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해 놓으면 선생님들은 학교생활에 재미를 잃게 됩니다. 언제나 ‘근평’이라는 족쇄에 채여 항상 긴장 속에 학교생활을 할 것 아닙니까? 교장, 교감 눈치보고, 동료교사 눈치보고 해서야 제대로 근무가 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자진함이 없어집니다. 소신이 없어집니다. 비굴하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됩니다.
10년은 말도 안 됩니다. 지금 2년을 해도 승진을 앞두고 있는 선생님들끼리 서로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을 보지 않습니까? 근평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도 있지 않습니까? 10년 전 10년 선배의 한 선생님께서 근평문제로 교장실에서 나온 이후로 쓰러져 돌아가셨습니다. 그분께서 살아계실 때 저에게 하소연한 말씀이 지금도 쟁쟁합니다. ‘수’면 다같은 ‘수’를 주어야지 ‘1수, 2수’하면서 점수차를 주어 사람을 힘들게 만드냐고 하시더군요.
근평으로 인해 승진의 꿈을 꾸고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5년 정도의 근평 가운데 2년 내지 3년의 근평을 본인이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점수의 폭도 줄여야 합니다. 1수와 2수의 간격이 0.5점은 너무 큽니다. 소수셋째자리에서 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렇게 큰 차이를 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으뜸과 버금이 정말 구분이 안 되는 데 점수 폭을 크게 한다든지 근평을 공개한다든지 하는 것은 교장, 교감을 죽이는 길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쉽게 수긍하겠습니까? 싸움만 부추기고 갈등만 초래할 것 아닙니까?
연수성적 높이기를 위한 지나친 점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연수성적 평정방식을 변경하고 연구실적 요소별 점수를 상향조정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연수성적이 승진에 필수조항이고 실제 선생님들의 현장연구를 중심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연수성적은 향상을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연구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집니다.
그리고 자격연수 한 번으로 승진의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들마다 자격연수를 받는 년도도 다르고 장소도 다르고 대상도 다르며 가르치는 교수도 다릅니다. 그런데 공정성이 떨어지는 자격연수 그것 하나 가지고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처음부터 승진의 꿈을 꾸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포기할 수는 없고 상담자격연수라도 받으려고 애를 쓰지 않습니까? 그런 부작용을 없애줘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격연수 성적도 일반연수와 똑같은 수준으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차라리 자격연수는 연도에 관계없이, 일반연수는 10년 이내에 받은 것 중 둘이나 셋을 반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무와 관련된 연수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연수를 많이 받는 선생님들에게 학점을 인정해주는 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선생님들께서 지속적인 연찬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구점수도 그렇습니다. 연구점수를 딴다고 수업에 지장이 있고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해서 연구점수 3점은 그대로 둔 채 연구실적 요소별 점수를 높인 것은 연구점수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박사학위 받으면 3점 만점도 문제가 많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 연구하는 것은 학문 연구가 아닙니다. 학생들의 실제 수업에 도움이 되는 현장연구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교수학습방법 문제. 교수학습자료개발문제, 학생들의 생활지도문제 등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들을 고심하고 그것을 붙잡고 연구해서 사례중심으로 발표하고 수업에 도움이 되는 자료 만들고 하는 실제적인 연구가 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것을 한두 번 연구하고 끝내고 하면 연구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없습니다. 박사학위를 부추기는 듯한 점수 상향은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박사학위를 3점으로 인정해 주려면 적어도 연구점수 상한선을 3점에서 10점으로 높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연구보다 실제적으로 교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각종 연구대회의 방향을 바꿔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봅니다.
가산점 항목 및 점수 기준을 명부작성권자가 시․도 실정에 따라 정하도록 하였더군요. 그것도 가산점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 동안 벽지점수와 연구학교점수, 농어촌 점수 등이 사실상 승진을 좌우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심지어 벽지 교장, 벽지 교감으로 부르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벽지점수, 연구학교점수, 농어촌점수 등은 모든 선생님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승진하고 싶은 선생님 치고 누가 벽지 가고 싶지 않은 분이 있습니까? 연구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 어디 있으며 농어촌에 가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 어디 있습니까? 거기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 이와 같이 기회가 주어진 자만이 혜택을 입는 그런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느 선생님이든 누구든지 승진의 꿈을 가지신 분은 똑같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산점을 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연구학교를 해서 가산점을 보태고 싶어도 울산의 경우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고 학운위를 심의를 거쳐야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료선생님을 잘못 만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뜻있는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교육에 관한 어떤 연구들을 하게 해서 그에 대한 평가로 점수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역가산점은 사실상 더 확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지 않습니까? 16개 시도마다 특색 있게 부가점을 인정해 주되 그 점수 폭은 더 넓히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야 16개 시도마다 지역가산점의 활용으로 교육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에 입법 예고된 승진개정안을 실적 위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좀더 신중을 기해서 여러 의견들을 겸허히 수용해 개악이 아니라 개선이 되었으면 합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수긍을 할 수 있는 승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