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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인도여행14-갠지스강의 화장터

2005.1.19 수 맑음

하우라역까지는 버스로 갔다. 4루피였다. 택시를 탔으면 50루피 이상 주어야 했을 것이다. 하우라 역 대합실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바나나와 포도를 사먹으며 옆에 앉은 인도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합실은 무척 컸으며 엄청난 사람들로 붐볐다. 여기도 예외없이 까마귀가 대합실 안까지 날아 들어 천장 밑에서 잠자리를 찾고 있었다.

저만치 한국인인 듯한 두 젊은 여성이 보인다. 담요까지 가지고 여행하는지 배낭의 크기가 내 것의 세 배는 되어 보였다. 프래트폼을 확인하고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는 제 시간에 도착했다. 나의 좌석은 17번이었다. 18번 19번 좌석에 아까 그 한국여성들이 자리를 잡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하나는 의정부의 모 고등학교 영어교사고 또 한 사람은 안양의 모 중학교 보건교사라고 했다. 둘은 전에 같이 근무했던 직장동료라고 했다. 그 여교사들이 담요하나를 빌려주어 야간 열차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기차는 문을 닫아도 사방에서 바람이 들어와 밤에는 무척 추웠다. 기차를 타기 전에 담요를 하나 준비하지 않은 게 후회 되었다. 다음날 10시 30분 도착예정인 기차가 오후 1시 30분에야 도착했다. 3시간 연착한 것이다. 우리는 16시간 30분 동안 기차를 탄 셈이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나는 인도의 자연환경과 농촌 풍경을 보기 위해 밖을 많이 내다 봤는데 아무리 달려도 산이 없는 것이다. 가도가도 끝없는 벌판이다. 그 광활한 대륙은 바로 인도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라나시 역에 도착하니 역 건물 한쪽에 여행자 안내소가 있다. 여자 영어교사가 곧바로 가서 물어본다. 그들은 Shanti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소개시켜 주더란다. 우리는 오토릭샤를 세 내어 샨티로 왔다. 30루피. 내가 팁으로 10루피를 더 주었다. 자체식당을 운영하는 규모가 큰 숙박업소였다. 식당은 제일 위층 라운지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갠지스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50루피 짜리 방도 있는데 욕실이 없다. 100루피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100루피면 우리 돈 2,600원 정도인데 왜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바둥댔는지 모르겠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관습을 따르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이 숙소에서는 캘커타 비비디박 기차표 예매소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대학생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갠지스강 가를 걷다가 역시 캘커타 기차표 예매소에서 만났던 젊은 대학생 커플을 다시 만나 함께 보트를 타기도 했다. 보트값은 1시간에 30루피(780원)였다. 우리는 10루피씩 냈다. 보트를 타며 갠지스강의 풍경을 여러장 필름에 담기도 했다. 우리보다 하루 먼저 바라나시에 왔던 사람들인데 코스가 비슷하다보니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여관 가까이에는 그 유명한 마니까르니까 가트가 있다. 시체를 화장하는 곳이다. 인도인들에게는 성스러운 곳이다. 계속 밀려드는 시체를 10여 군데서 계속 화장하고 있었다. 하루 수백구씩의 시체를 24시간 365일 화장을 한단다. 전국에서 모든 주검이 간지스 강가로 오는데 올 수 없는 주검은 현지에서 화장되어 재를 가지고 와서 여기에서 의식을 치룬단다. 또 6가지에 해당하는 주검은 화장하지 않고 그대로 갠지스 강 물속으로 빠트린단다.

그들은 바로 브라만, 임신한 여자, 어린이, 죄를 많이 지은 사람, 나쁜 질병에 걸린 사람, 그리고 코부라에 물려죽은 사람은 화장을 할 수 없단다. 누군가가 열심이 설명해 주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화장하는 곳 위쪽으로는 여러채의 건물의 있는데 그곳엔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단다. 화장풍습에 대해서, 임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해 설명하고 안내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꼭 나중에 돈을 요구하니 조심해야 한다. 

한 사람이 다가와 뒤에 건물에 300여 명의 임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을 위해 장작을 사야 한다며 계속 돈을 요구한다. 그들은 그 건물에서 먹고 자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데 죽지 않으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단다. 나는 50루피를 주었다. 한 사람이 물러가면 또 다른 사람이 다가와서 같은 말을 되풀이 하기 때문에 적당히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화장하는 광경을 자세하게 보고 있었다. 불가촉천민들(Untouchable)이 비단처럼 보이는 화려한 천으로 감싼 시체를 들것에 메고 시가지와 골목을 가로질러 화장터로 운반한다. 이들은 여럿이서 큰 소리로 무슨 주문을 소리 높이 외치며 빠른 걸음걸이로 화장장으로 향하는데 그 주문은 ‘라마신은 알고 계신다“라는 뜻이란다. 시체는 화장장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리가 생기면 곧 장작을 가슴 높이 만큼 쌓고 그 위에 올려진다. 돈이 없는 사람은 장작을 많이 사지 못해 낮게 쌓기도 하는 것이다. 

장작을 쌓고 시체가 올려진 다음에는 상주가 불쏘시개에 불씨를 얹어 시체 주위를 여러 차례 돌며 쏘시개에 불이 살아나면 장작에 불을 붙인다. 장작에 얼른 불이 붙지 않으니까 빨리 불이 붙도록 휘발성 물질을 장작에 뿌리기도 하는 것 같았다. 쌓인 장작의 아랫부분에 불을 붙이면 곧 불이 타기 시작하는데 시체의 다리부분이나 머리 부분 일부분에만 불이 타오르면 일꾼들은 긴 대나무 장대로 시체를 이리 밀고 저리 밀며 시체가 타도록 불길을 잡아준다.

누가 상주인지 누가 아들인지 알 수도 없다. 시체와 함께 많은 사람이 와서는 멀찌감치 지켜보기만 한다. 우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하라고 소리지르거나 지시하는 사람도 없다. 그냥 조용히 지켜볼 따름이다. 여자 가족들은 여기에 올 수 없단다. 장례를 치룰 동안 가족들은 열흘동안 밥도 먹지 않고 웃지도 않고 지내다가 상주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나머지 가족들도 밥을 먹기 시작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는다고 한다. 

화장장 주변엔 강아지 소 염소들이 기웃거리다가 강아지는 타고 남은 시체 덩어리를 얼른 물고 가기도 하고 소나 염소는 시체를 싣고 왔던 들것에 장식했던 꽃들을 모조리 먹어치우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본체만체한다. 나는 시체가 고기 한 점으로 될 때까지 타는 과정을 여러 차례 지켜보았다. 대나무 장대로 밀고 당기고 불길을 당겨 붙이고 해도 끝까지 타지 않는 고깃덩어리는 남게 된다. 제일 타지 않는 뼈가 가슴뼈라고 하니 우리 몸의 장기를 보호하려고 조물주는 가슴뼈를 튼튼하게 만들었지 않았을까. 

구경하는 사람들은 예사롭게 웃고 잡담하며 지켜볼 뿐이다. 여자들도 많이 구경하는데 그들은 외국의 관광객들이다. 어린 계집아이들은 시체를 태우고 남은 장작의 숯을 땔감에 쓰려는지 열심히 모으기도 한다. 처음 보는 광경이지만 인도인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장례 문화이고 또 많이 들어왔던 일이라 새삼 놀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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