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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위계질서입니다

어제 오후 5시 반쯤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을 하시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연구하고 계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 분은 기간제 선생님이셨습니다. 한 분은 젊은 처녀 선생님이셨습니다. 또 한 분도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습니다. 정말 방학도 없이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을 볼 때면 희망이 보입니다. 빛이 보입니다. 장래가 보입니다.

어제 가랑비가 내리는 퇴근길에 ‘교육은 위계질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질서’하면 거리질서나 교통질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이루어져야 할 질서가 위계질서, 언어질서, 예절질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져 갔습니다. 요즘 질서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하루 바삐 위계질서를 세우는 일에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거리질서도 중요합니다. 교통질서도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얼마 전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브라질에 이민 가서 살고 계시는 분이 강사였는데 그분께서는 브라질에는 질서가 문란하다고 하더군요. 어느 정도냐 하면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가 푸른 신호등이 오면 천천히 달리다가 노란 신호등이 켜지면 빨리 달리고 빨간 신호등이 오면 더 빨리 달린다고 합니다. 질서문란의 극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게 되면 보나마나 어찌 되겠습니까? 언제든지 사고는 예약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학교에서는 우선 위계질서가 중요합니다. 저는 그래서 작년 신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예비 직원모임 때 강조한 것 중의 하나가 위계질서였습니다. 학교에서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학교는 무너지고 맙니다. 학교라는 공동체에서도 다른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조직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조직이 원만하게 잘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위계질서가 잘 세워져야 할 것 아닙니까?

선생님께서 사정이 있어 조퇴를 하려고 한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소속 부장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그 다음에 교감, 교장선생님께 말씀을 드려 근무상황부의 결재를 득한 후 조퇴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부장, 교감, 교장 어느 누구에게도 말씀 드리지 않고 동료선생님께 대신 근무상황부 결재를 받도록 하고서 조퇴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게 바로 위계질서의 파괴 아닙니까? 또 부장 선생님께서 일을 추진하실 때 교감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교장선생님과 상의해서 일을 처리한다면 그것 또한 위계질서의 파괴 아니겠습니까? 또 교감과 상의해서 일을 처리하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도 드리지 않는 것도 또한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웃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하신 교장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오면 교장에게는 인사를 하지 않고 말에 권위가 있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선생님에게는 깍듯이 예를 갖춰 인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고의적으로 교장을 외면한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학교 안에서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그 학교가 바로 서겠습니까? 교장 무너뜨리기, 교장 바꾸기 등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때부터 학교는 교장이 학교방침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생님의 영향권에 안에서 학교를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어찌 됩니까? 갈등이 생깁니다. 싸움이 생깁니다. 마찰이 생깁니다. 항상 위험이 도사립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 때부터 학교업무는 마비가 됩니다. 그 때부터 학교조직은 깨지고 맙니다. 그 때부터 분위기는 험악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항상 불안하게 됩니다. 그 영향으로 학생도 죽습니다. 선생님도 죽습니다. 학교도 죽습니다. 모두가 죽습니다. 

요즘 풍토는 심각합니다. 교장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교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위, 아래가 없습니다. 내 생각대로 굴리게 됩니다. 자기가 교장이 되려 합니다. 자기가 교감이 되려 합니다. 자기가 교장을 세우려고 합니다. 자기가 교감을 세우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경시합니다. 교감의 말도 그러합니다. 부장선생님의 말씀도 경시합니다. 동료 선생님들의 말씀도 경시합니다.

자기가 제일 똑똑합니다. 자기가 제일 현명합니다. 자기가 최고입니다. 자기가 언제나 영향력을 발휘하려 합니다. 자기가 언제나 학교를 좌지우지하려고 합니다. 자기 생각이 바로 법입니다. 자기 생각이 바로 학교방침입니다. 자기 생각이 바로 학교 규칙입니다. 자기 생각에 맞지 않으면 아예 협조를 하지 않습니다. 자기 생각대로 학교를 바꾸려 합니다. 

자기들의 생각대로 학교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편을 만듭니다. 그렇게 되도록 설득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교육시킵니다. 학교방침이면 의도적으로 거부합니다. 반대합니다. 참여하지 않습니다. 조그만 문제도 크게 만듭니다. 시비거리만 찾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야자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방학보충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런 풍토는 사라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같이 해 학교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살 길입니다. 그게 우리 교육이 살 길입니다. 그게 우리 학교가 살 길입니다. 그게 우리 학생들이 살 길입니다. 그게 우리 선생님들이 살 길입니다.

교육은 위계질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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