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월 첫 토요일입니다. 가벼운 날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둥근달마저 출근길에 저를 반갑게 해 주었습니다. 학교에 들어올 때도 역시 저를 환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때가 되면 찾아와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적어도 달처럼 자기의 위치를 지키며 기본 예절을 알고 지킬 줄 아는 자가 되었으면 하는 아침입니다. 새해가 밝은 지 벌써 한 주가 되어갑니다. 세월이 정말 흐르는 물과 같음을 느끼게 됩니다. 새해에 많은 분들로부터 새해 인사를 받게 되었습니다만 특히 고등학교 한 해 후배이자 대학동기인 경남 김해에 계시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새해 인사’ 메일을 받았는데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어 모든 선생님들이, 모든 학생들이, 모든 학부형님들이, 온 국민들이, 아니 세계의 모든 이들이 함께 누리는 축복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소개해 봅니다.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지난 세월 베풀어주신 은혜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건강하소서/소원성취 하소서//새해에는/내일은//살아있는 이 사람이라./사랑이 사람의 일이며/산다는 것이 곧 사랑임을 아시고//새해 새아침/어둠 사르고 박차 오르는 불덩이 태양의 열정으로//태백 황지 용출하여 갖은 물줄기 아우러며/칠 백리 긴 여정 끝 한 바다가 된 낙동강/그 깊이와 넓이를 모르는 포용과 무한 생명력으로//그리하여 넘쳐나는 기쁨으로/사는 날 내내 국화꽃 미소로 살으소서/평화와 사랑이 아침 햇살 퍼지듯 하소서//
오늘도 깊은 밤이 저의 소유였습니다. 깊은 밤 한 시 반쯤 눈이 떠 그 때부터 메모를 했습니다. ‘교육은 예절질서구나’하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는 메모해 보았습니다. 예절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회복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메모했습니다.
학교라는 공동체를 튼튼하게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위계질서가 중요함을 어제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위계질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예절질서입니다.
지금 학교 곳곳에서는 예절질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예절질서가 파괴되어 감을 곳곳에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예절질서는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에는 ‘衣食足則 知榮辱(의식족즉 지영욕)’이라고 하여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는 뜻으로 의식이 족한 생활의 안정이 있어야만 절로 도덕과 예절을 알게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의식이 족한데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도덕과 예절을 알고 지키기는커녕 거꾸로 가는 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덕과 예절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옛말이 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옛말이 흘러간 옛노래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현재 학교에는 어떻습니까? 학생들은 선생님에 대한 예절이 없습니다. 오히려 선생님보다 선배에 대한 예절이 더 깍듯합니다. 선배도 모두가 아니라 관계가 있는 동아리선배에게만 그러합니다. 후배가 동아리선배에게는 큰 소리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는 어떻게 합니까?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냥 외면하고 지나가지 않습니까? 그들의 눈에는 동아리 선배만 보이지 선생님이 눈에 보입니까?
선배도 동아리 선배만 보이지 나머지 선배들이 눈에 보입니까? 이렇게 예절질서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들에게 동아리 선배들에게 하듯이 깍듯이 인사를 하겠습니까? 이런 학생들이 이웃 어른들에게 동아리 선배들에게 하듯이 그러하겠습니까?
이들이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 직장을 가지면 어떠하겠습니까? 상사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겠습니까? 자기와 이익을 함께 하는 자에게만 머리를 숙일 것 아닙니까? 자기에게 도움을 주는 자에게만 인사할 것 아닙니까? 자기에게 승진의 발판이 되게 하는 자에게만 머리를 조아릴 것 아닙니까? 자기를 대변해 주는 자만 찾고, 자기를 보호해주는 자만 찾을 것 아닙니까? 이래 가지고는 직장이 바로 서겠습니까? 사회가 바로 서겠습니까? 위계질서가 바로 서겠습니까? 위, 아래가 바로 서겠습니까?
우리는 학생들에게 기본 예절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예절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예절 순서를 바로 가르쳐야 합니다. 기본 예절을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기본을 세우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삽니다. 그래야 학교가 삽니다. 그래야 선생님이 삽니다. 그래야 가정이 삽니다. 그래야 사회가 삽니다.
기본 예절이 어디에서 나옵니까? 자기의 인격에서 나옵니다. 자기의 성품에서 나옵니다. 자기의 언어에서 나옵니다. 자기의 만족에서 나옵니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에서 나옵니다. 만족함을 느껴야 예절을 알게 되고, 행복함을 느껴야 예절을 알게 되고, 삶이 윤택해야 예절을 알게 될 텐데 물질의 풍요로움은 누리면서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해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얻어야 예절을 알게 되고 지키게 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만족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절이 바르고 성품이 뛰어난 사람과의 많은 만남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책을 접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날마다 자신을 다듬어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날마다 인격 훈련을 쌓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날마다 성품 훈련을 쌓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날마다 언어 훈련을 쌓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날마다 인사 훈련을 쌓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