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1월 26일부터 1월 31일까지 4박 6일간 EBS교육방송 해외연수단의 일원으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그 때 메모한 것을 다섯 번 나누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베트남을 가기 전에 그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삿갓모 같은 것 쓰고 다니는 더운 나라, 전쟁으로 인해 아주 못사는 후진국, 말라리아 등 각종 무서운 병이 도사리는 나라 정도였다. 그래서 나에겐 별로 호감을 주지도 못하였고 베트남을 가는 게 달갑지도 않았다.
그 자리는 16개 시도 중등과장께서 가시는 자리라 저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을 뿐만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 때 당시 저는 장학관도 아니고 장학사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렇지만 할 수 없이 울산 대표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의 아니게 해외연수를 간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출발하는 인천공항의 날씨는 잔뜩 흐려 있다가 출발 직전, 가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탑승했으나 그나마 창가에 좌석을 차지하게 되어 바깥 구경을 하며 여행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은빛 날개를 타고 처음으로 베트남을 향했다. 이륙 후 구름을 뚫고 창공을 날고 있을 때 창밖을 내다보니 아래로는 검은 해운(海雲)이 잠시나마 직장의 모든 일들을 잊어버리라는 듯 한국의 모습을 감춰버렸고, 위로는 수정같이 맑고 고운 푸른 하늘이 밝은 햇살의 조명을 받아 찬란함이 보석의 빛남같이 더해 가고 있었다. 드디어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밝고 푸른 마음으로 되돌려 놓으면서 때 묻은 인간세상이 아닌, 누구나 갖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깨끗한 세상을 선보여 주는 듯했다.
다섯 시간의 장거리 여행이라 약간 힘들었지만 ‘승자처럼 생각하라'는 책과 창밖으로 전개되는 아름다운 장관은 무료함과 피곤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틈틈이 창밖을 내다볼 때면 위로는 창공이 펼쳐졌지만, 아래로는 처음에 시꺼먼 해운(海雲)이 진하게 깔려 있었다. 점점 흰빛으로 변해갔고 나아가서 뭉게뭉게 뭉쳐지더니 나중에는 잔털처럼 가는 흰 구름으로 깔렸다가 머지않아 위, 아래가 아름다운 푸름으로 변하여 갔다.
베트남의 도착 직전에는 후진국의 전형인 듯 그네들의 푸른 바다에 비해 붉은 산, 생각보다 무성치 못한 나무, 탁하고 흐린 강물, 오목조목한 낡고 낮은 집.... 이러한 것들이 역시 생각대로 앞서 가지 못하는 나라, 발전하지 못한 나라,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여기저기서 보는 듯했다.
한국보다 시차가 두 시간 늦은 탓에 오후 3시쯤-한국시간 오후 5시- 도착하였다. 공항을 빠져 나오니 베트남 머릿속 그림 그리기가 잘못되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 나라 늦여름, 초가을 날씨의 따뜻함이 움츠렸던 내 몸과 마음을 활짝 펴주면서 온후하게 해 었고, 정이 많은 민족답게 얼굴이 타국인처럼 멀리 느껴지지 않고 가깝게 다가와 마치 내 민족을 대하는 듯 거리감이 없었고 친근감이 있었다. 구정을 맞이해 외국에 나가 있는 형제, 자매, 친척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와 기다리는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 사이로 빠져 나올 때는 꼭 우리들을 환영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다정다감하게 다가왔다.
8년째 베트남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처음에는 베트남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건 아마 그 지역에 살다보니 그 사람들의 착한 마음씨 닮아 그렇게 되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안내하는 것도 조금도 꾸밈도 없이 자연스러웠고 순수 그대로 자연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분의 능숙하고 뛰어난 안내는 22명-전국16개시도 각 1명과 EBS관계자-의 일행을 빠른 속도로 자연스레 하나로 엮어 주었고 우리들을 편안하게 여행길로 인도하였다.
베트남의 첫인상이 나쁘지 않고 여행기간 동안 마음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으며 출발 전 해외연수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했고 그들의 따뜻한 인간미가 모든 불편한 마음을 씻어주었다. 그들의 따뜻한 인간미와 사람 됨됨이가 그 무엇- 정치, 경제, 사회, 문화-보다 뛰어나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하나의 소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