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치원에서 교육 교정을 살펴보면 그 양상이 마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립 유치원에 아이가 다닐 경우 아침 8시에 또는 9시에 순회하는 학원 버스를 타고 집을 떠난다. 어린 꼬맹이가 귀가하는 시간이 오후 두 시가 넘고, 심지어는 4시가 되어야 방과후학교가 끝난다. 그러다 보니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5시가 된다. 놀 틈이 없이 숙제를 하고 잠을 자야할 정도로 아이의 일과가 학업으로 얼룩져 있는 느낌이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에서는 아이들이 이미 유치원에서 한글을 알고 왔다고 가정하고 글을 가르치는 경향이 짙다는 항간의 떠도는 말도 거짓은 아닌 듯 하다.
유치원 한글 교육 덧글 정도인가
며칠 전 모 교육청에 전화를 하여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하여 여쭈어 보았다. 유치원에서는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금지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한글 쓰기 공부까지는 못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흥미 있게 읽기 정도에 그치는 수업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 유치원에서는 쓰기공부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고, 한 발 더 나아가 학부모의 관심을 더욱 부채질이나 하듯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에 입학하면 자연적으로 한글을 다 읽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경향도 있다. 사교육을 유치원에서 더욱 부채질이나 하듯, 유치원에서 방과후학교가 더욱 기성을 부려 유치원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고, 바로 이어져 방과후학교 수업을 하고, 이어서 더 배움을 필요로 하는 학부모의 자녀를 위한 교육 시간이 마련돼 있다. 이렇게 볼 때 유치원에서 배움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야 귀가를 하니, 이것이 유치원아이를 위해서 정상적인 학습과정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변화도 빠르다. 그러기에 빠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기 교육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따다갈 수 있는 아이들의 지능도 예전과는 다르다. 높은 지능에 빠르게 변하되어 가는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방법만을 고수할 것은 아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는 이미 알게 모르게 한글 교육을 학부모나 학원 측에서나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유치원에서는 “한글 교육은 안 한다” “못 한다”하는 사문화된 교육법규를 이용하는 듯 하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은 이제 바뀌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예전에 유치원에서 한글 교육 시작해야 한다고 하는 글을 쓴 후 유치원 교사인지 모르나 덧글에서 유치원 교육에서 한글을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하는 조언을 받곤 했다. 그 후 여러 번 유치원을 다녀왔고, 또 교육청에 유치원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유치원 한글 교육에 대해 알아 보았다. 결국 현재 유치원 교육에서는 한글 교육은 보편화되어 있는 실정이고, 또 학원은 한글 교육을 부채질하여 학부모로 하여금 한글 교육을 아이에게 시키게끔 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한글은 이미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는 말을 학원가에서는 흘러 나온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안 학부모로서는 아이를 유치원에서 한글 교육을 시키도록 학원 측에 종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학원에서는 학부모를 핑계삼아 한글 교육을 하게 된다는 등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교묘한 교육계의 먹이사슬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한글 교육 유치원 교육 과정에 보편화시켜야
지금 한글 교육에 대하여 교육부에서나 교육청에서나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한글 교육을 유치원에서 엄격하게 금지시키고자 하니, 개인 과외를 통해 한글 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같이 초등학교에서 공부를 시켜야 하는 교사로서는 수업을 이끌어 가는데 여간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을 알고 있는 교사로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워밍업을 한 달 간이나 하면서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게 한 후에 기초 한글 교육을 한다는 것은 학원이 발달돼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이미 입학하기 전에 워밍업을 다 마친 아이들에게는 눈 감고 아웅하는 식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교사로서는 워밍업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시간을 소비하는 꼴이 되어 다수를 위한 수업을 진행시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게 된다.
따라서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으로까지 변해버린 현실에서 유치원 교육과정을 단순히 인성을 위한 초보로만 다루기에는 이미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돼 버렸다. 유치원에서 한글 교육은 초등학교 선행학습으로 시작되어야만 옳다고 본다. 사교육이 무서워 유치원 한글 교육을 막을 경우 결국은 가난한 집안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것이 누적되어 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구 져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