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월 25일 부적격 교사를 교단에서 추방하기 위한 교원면허법 개정안과 학교 평가 기구 설치를 위한 학교 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꼭 통과사키겠다고 한 발언을 한국의 모 일간지는 1면에 크게 보도했다. 가뜩이나 교육부에서 교원평가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 맞추어 나온 기사라 교원평가에 대해 묵묵히 있었던 교사들조차도 이제는 교원평가법안이 궁극적으로 교원의 퇴출로까지 이어지겠구나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는 교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7가지 대책을 마련하였다. 첫째, (가칭) Best Teacher Prize, 둘째로 능력개발 연수 지원 확대, 셋째로 교원의 주당 수업시수 감축, 넷째로 교무행정 지원 인력 배치, 다섯째로 학교 전자결재 및 공문서 여과시스템 구축, 여섯째로 “교권보호 안전망” 구축, 일곱째로 사회전반의 스승존경 분위기 조성이다.
교원평가는 우리 시대의 터미널
교원평가를 두고 교육부와 교직단체들 간에 힘겨누기식 주장을 하면서까지 반대다 찬성이다를 두고 공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강력한 의지로 교원평가를 하겠다는 의도로 일선학교에 계속 공문을 보내고 있다. 교사라면 교원평가를 당연히 받아야 하겠지만 그 시기나 방법이 너무 조급하다는 느낌을 준다. 여태껏 교직에 몸담아 있었던 교사들이 하루아침에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으니 물러나라고 하면 그 누구 그 평가를 좋은 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의식의 변화는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로마의 찬란한 문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경험 많은 노 교사들을 교단에서 퇴출시키고 젊은 신진세대들로 교단을 채운다고 교단이 새롭게 변모를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신선함은 있을지 모르나, 교직 업무의 흐름을 배우는 과정은 그래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과정을 배워야 교사도 교사로서의 모습을 띠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에게도 스승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지게도 된다.
교단을 신구 세대 갈등의 장으로 만들지 않고도 교단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길은 교사의 계약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새롭게 채용되는 신임 교사부터 임용시보제를 도입하고 그런 다음에 계약제를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가운데서 다양한 교사 연수 과정을 마련하여 교단의 새로운 풍토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교육의 웰빙개혁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부에서는 교육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교사에게 끝없는 주문을 강조한다. 학교 내에서는 학생들의 정의적 교육이 흔들리고, 학교 밖에서는 교사들의 숨통 조르기를 계속하다 보니 도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선 교사는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막혀진 출구를 부수기 위해 이전투구의 장을 만들기 마련이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교사상을 찾기 위해서는 교단에 선 교사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교사평가제를 향해 돌파매질을 하기보다는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현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교사 자신의 브랜드 만들기에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도 교사평가제를 통해 교사등급제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한국의 교직계도 교사의 Best Teacher Prize을 마련하는 등 궁극적으로 교사의 등급매기기 경쟁이 시작되고 있음을 감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교육부도 교사에게 끝없는 교육개혁의 주문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교육시키는데 필요한 교사복지구현에 노력해야 한다. 주고받을 수 있는 가운데 공존하는 교육부와 학교, 교사와 학생의 신뢰성 회복이 절실히 요청되는 것도 우리 교단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모 일관지에서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학생체벌이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체벌은 줄였다는 통계는 학교의 체벌 줄임이 학생의 지도가 좋아졌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학교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방만하게 지냄으로써 교사 보신주의로 흘렀기 때문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교사평가제는 이처럼 자칫 그 방향을 잘못 잡으면 교단의 물줄기는 걷잡을 수 없게 만들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교원 평가제는 교사의 브랜드 선택을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 전체를 교육부에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 수가 작년의 배(倍)에 이른다고 한다. 왜 교사들이 정든 교단을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나야만 하는지 지켜보는 교사로서는 석양에 지는 겨울 태양처럼 우울한 낭만에 잠기게 된다. 교원평가제가 무서워 교단을 떠나는 것인지, 교육부의 정책에 불만이어서 교단을 떠나는 지. 종착역에 서서 수시로 오고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타고 갈 버스만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왠지 우울하기만 하다. 다정한 제자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정든 동료 교사들의 송별을 받으면서, 정든 교사(校舍)를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이 교단을 지켜온 교사의 마지막 터미널인데, 희곡의 마지막 장을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배우와 같이 우리 교직계의 교원평가제는 모두에게 만족을 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교사 자신의 브랜드 만들기 및 선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