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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연수원의 추억 (18)

연수원의 숙소생활은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있어 자신을 되돌아 볼 좋은 기회가 된다. 조금도 흠이 없이 당당하게 살아온 분들을 책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을 보면서 그들과 같은 삶을 그리워해 본다. 그런 삶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자신의 과거의 삶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남은 삶에 흠집이 없이 살아보려고 애를 쓰게 된다.

어느 날 밤에 응교 박태보의 죽음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 그분과 같은 삶이 부끄러운 삶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록 끝이 비참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보석같이 빛나는 삶이 아닐 수 없다. 응교 박태보와 같은 분들이 곳곳에 많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응교 박태보와 같이 이름 석 자에 빛이 나야지 이름 석 자에 먹칠을 해서야 되겠나? 특히 내 앞이 캄캄하고 내 길이 험하고 멀어도 이름 석 자에 먹칠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우선 눈에 보이는 이득이 없다 하더라도 바르게 함과 진실되게 함이 빛나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긴다.  

응교 박태보의 죽음은 거룩하다. 장엄하다. 영원히 빛나리라. 왜 그런가? 위로는 상감의 실덕(失德)을 근심하고 다음으로 성덕 높은 중전이 애매함을 통박(痛駁)하였으며 모든 파직한 조관(朝官)들과 더불어 일시에 연명(連名)으로 상소하여 중전을 구하려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직(罷職)당했음에도 죽음까지 무릅쓰고서.

어느 누가 ‘상감의 스스로 행치 못하실 일을 행코자 하시니 백성의 기대에 어긋난 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으랴! 그리고 그 어느 누가 성덕 높은 중전의 애매함을 통렬하게 공박(攻駁)하겠는가? 태보의 충신된 절개는 뒷산의 푸른 소나무보다 더 푸르구나!

인현왕후의 폐비의 불가함을 당당히 말함을 들어보라. “서전(書傳)에 ‘여경삼년상(女經三年喪)이거든 불거(不巨)하라 - 부모의 삼년상을 함께 지낸 아내는 쫓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전하가 또한 중궁과 더불어 삼년상을 지내시고 이제 대왕대비 상을 한가지로 입어 아직 복을 벗지도 안 하셨습니다. 비록 허물이 있어도 폐치 못하거늘, 하물며 백옥같이 티 없음을 보지 않으십니까.”

또 하나는 “성인의 말씀에 부모의 사랑하신 바는 비록 개나 말이라도 공경한다 하오니 명성대비(明聖大妃)께서 중전을 애지중지하시던 바이니 전하의 지극하신 효성으로 어찌 차마 인륜을 어기며, 활달대도(豁達大道)로 어찌 이런 실덕(失德)을 행하려 하십니까?...”

먹구름이 상감의 총명을 가린 상태라 충신의 간언(諫言)이 무슨 효험이 있으리오마는 상감의 노여움을 뻔히 예상했음에도 두려워 않고 직언하고 있으니 응교 태보는 ‘정신이 씩씩하고 말씀이 추상(秋霜)같다’ 아니할 수 있으랴?

① 삼목지형(三木之刑)으로 형틀에 올려놓고 살점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쳐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직언을 하였다. 다음에는 압슬기(壓膝器:무릎을 누르는 형구)로 고문을 해도 굴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화형(火刑)으로 단근(단근:불로 지지는 형벌)으로 누린내가 코를 찌르고 검은 피가 땅에 고여도 응교 태보는 강직(剛直)하였으니 장(壯)하기 그지없구나!
② 해가 저물 때까지 굽히지 않으니 하옥하고 형벌을 거두시었다. 그날로 길을 떠나 일 마장도 못가서 왕후가 폐비되셨다는 말씀을 듣고는 넋을 잃고 크게 탄식하며 장독(杖毒)과 화독(火毒)으로 죽으니, 슬프도다.
③ 그의 죽음을 보고 누가 울지 않으며 슬퍼하지 않으랴! 심지어 간신 소인들도 한탄하더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당연지사(當然之事)이리라.
④ 응교 박태보의 충의지심(忠義之心). 연수원 뒤뜰의 소나무처럼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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