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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연수원의 추억 (28)

어제는 종업식이 있었다. 종업식이 있기 전 교무실에서 떠나시는 27명의 선생님의 발령장과 친목회에서 전별금을 드리고서는 떠나시는 선생님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김 부장선생님께서는 평소와는 달리 눈물을 흘리시며 이임인사를 하셨다.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떠나시는 모든 선생님이 그러하셨지만 특히 김 부장선생님에게서는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지막 메신저를 김 부장선생님께 보냈다. 감성, 지성, 외모, 사람됨이 탁월하신 선생님과 같은 분을 며느리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교무실에서 아침조례를 끝내고 운동장에서 종업식이 있었다. 종업식이 시작되기 전 우리학교의 자랑 중의 하나인 조례대 등나무 위에는 수십 마리의 작은 새들이 떠나시는 선생님과 함께 하였다. 정말 보기 좋았다. 떠나시는 선생님들과 남아있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아는 듯 계속 슬픔을 함께 하였다. 아쉬운 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함께 아쉬워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함께 가슴을 쓸어내기도 했다.

입을 열지 못하고 떠나며 보내는 선생님들 대신 입을 열어 아쉬운 석별의 정을 전해주니 정말 고맙다. 가시는 곳곳마다 함께 가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며 용기와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 외로워할 때 친구가 되어주고, 힘들어할 때 용기와 힘을 실어주고, 병들어 고통스러워할 때 격려해주고, 마음에 갈등이 있을 때 시원하게 해주면 좋겠다.

나는 연수원에 근무할 때부터 새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내가 근무하는 연수원이 온통 숲으로 싸여있다 보니 내 숙소가 연수원 안에 있는 터라 새를 자주 접하게 된다. 위심이 상심이라. 마음이 어그러져 상심(喪心)이 큰 때이고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자연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새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를 가든지 새를 만나게 된다. 길을 가다가도 새들을 만난다. 한두 마리의 새도 예사로이 보지 않는다. 하루는 두 마리 작고 귀여운 새가 잿빛 상공을 날고 있었다. 한참 새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반가웠다. 멀지 않아 조금 가까이서 보다 큰 새가 두 마리가 또 날아감을 보게 된다. 전깃줄 위의 참새 두 마리가 발을 멈추게 한다. 머리 위로 참새를 쳐다보며 그들의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새를 가까이 하게 된다.

새소리는 너무 아름답다. 또 한참 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본다. 역시 전깃줄에 두 마리의 새가 앉아 노래한다. 돌아오는 길에 한 마리의 새가 나는 것을 본다. 그러면 새들에 대해 노래를 하게 된다.

재-잭 새소리에 창문을 연다./ 새도 나무도, 자목련 백목련도 벚꽃도, 정원 속의 초화(草花)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 낀 아침 햇살만 낯설게 비춘다./이른 아침 소리 낼 제 창문 열마. 그 언약 지키려 삼백 리 먼 하늘 날아 왔냐?/ 봄비 내리는 아침 소리 없이 그 마음 변한가봐 아쉬워하며 창문열 제 솔 위로 날으며 안심시키던 너어 왔냐?/ 이제 오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멀리 있어도, 보이지 않아도, 창문 열마. 너 믿으며,/

새를 사랑하면 새도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알고 찾아온다. 어느 날 무학산 등산을 하는데 아줌마 한 분이 ‘새를 사랑하니까 새들이 매일 집에 찾아오더라’는 것이다.  현종-철종-고종 세 임금 앞에서 창을 불렀다는 명창 이날치(李捺致)가 새타령을 부르면 새들이 몰려와 어깨와 손바닥에 앉는 것을 시인 임규가 직접 보고 글을 남겼다 한다.

명종 때 명상 박순(朴淳)의 아호가 숙조지선생(宿鳥知先生)인데 지리산에 들어 산책할 때 그의 지팡이 소리만 듣고도 산새들이 모여와 손위에 앉곤 했다 해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서울 여의도 밤섬과 마주 바라보이는 쌍둥이 빌딩-그 빌딩 창가에 철새들이 자주 날아들고 옥상에 매과(科)의 철새 황조롱이가 둥지를 터 알을 낳았으며 인근 아파트에서 새끼를 부화하여 신문 방송에 보도됐다고 한다.

이 세 이야기 속에서 알 수 있는 것도 새들을 사랑하니까 새들이 모여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 자주 창가에 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은 새도 나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마음에 서운한 감정과 아쉬움을 안고 떠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이번 이동을 계기로 새를 사랑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종업식 때 수많은 새들의 이별송이 지금도 귀에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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