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소중학교에 부임한 지 벌써 열흘째가 다가옵니다. 처음 쉴 수 있는 놀토가 있어 다행입니다. 감기몸살이 왜 이리 심한지? 정말 꽃샘추위가 아니라 꽃살추위입니다. 내일은 전국에 눈이나 비가 내리고 온도가 다시 내려간다니 걱정이 됩니다. 빨리 추위가 물러났으면 합니다. 개학 이후 선생님들은 너무 바쁩니다. 정식으로 퇴근하는 선생님을 보지 못합니다. 다들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더욱 그러함을 보게 됩니다.
어제 처음으로 부장선생님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부장선생님들의 말씀 가운데 교장이 새로 와서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요즘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부장선생님께서는 우리학교가 잘못한다는 소문을 듣고 학교를 바로 잡으라고 교육청에서 저를 보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그건 오해라고 말씀 드렸고 농소중학교는 저가 오고 싶은 학교였고 내년에는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올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에게 긴장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조금 긴장하는 것은 사람이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게 심하면 병이 나니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교육은 자극과 반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자극이 있으면 학생들이 반응하는 것이 교육 아닙니까? 교감선생님의 자극이 있으면 여러 선생님들이 반응하는 것이 교육 아닙니까? 교장의 자극이 있으면 교감선생님과 행정실장님을 비롯하여 전 교직원이 반응하는 것이 교육 아닙니까?
저는 오늘 아침 교감선생님과 행정실장님, 교무부장선생님과 차를 한 잔 나누면서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장이 바뀌었다는 자체가 자극입니다. 교장이 바뀌니까 선생님들과 전 행정직원들이 긴장하는 것 아닙니까? 거기에다 전문직에 5년 근무하면서 여러 학교를 많이 방문하면서 학교마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기에 우리학교에서의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한눈에 다 들어오니 잘못된 것 중 시급한 것부터 지적해 바로 시행하도록 했으니 교장이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는 듯한 느낌을 가졌을 지도 모릅니다.
온갖 낙서와 이상한 그림을 지우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워 그런지 청소가 잘 되어 있지 않아 몸소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많은 선생님들의 반응이 즉각 왔습니다. 우리학교는 너무 반응을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학하는 첫날 청소시간에 중앙현관 주변을 직접 청소하니 교감선생님, 체육부장선생님, 환경부장선생님과 심지어 원어민 선생님까지도 함께 청소를 하셨습니다. 그러니 순간적으로 현관 주변의 앞뜰은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어떤 의도도 가지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저가 하고 싶어 저 자신의 건강을 위해 했는데도 그게 엄청난 자극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교장의 자리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무부장선생님께서는 부장선생님들께서 부담스러워하니 청소를 안 하시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저의 자진함과 저의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니 조금도 저를 의식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우리 선생님들은 반응이 즉각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너무 심해 긴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서는 ‘민감’과 ‘둔감’이라는 낱말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되 보통 세 가지의 반응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하나는 즉각적인 반응, 다른 하나는 점진적인 반응, 또 다른 하나는 무반응입니다.
즉각적인 반응이나 점진적인 반응은 좋은 것입니다.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민감’입니다. 그렇지만 반응이 없으면 ‘둔감’이 됩니다. 그게 반복이 되면 ‘마비’가 되고 더 심하면 ‘죽음’이 됩니다. ‘민감’은 건강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둔감’은 병든 상태입니다. 나아가 ‘마비’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문둥병자들은 아무리 살을 꼬집어도 마비가 되어 아픈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소원은 아파도 좋으니 자극에 대한 반응이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리는 과연 어느 상태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극에 대한 ‘민감’한 상태인지, 아니면 ‘둔감’? 아니면 ‘마비’ 아니 ‘죽음’의 상태인지 점검해 보았으면 합니다. 교장이 바뀌었으니 한 번 점검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구리를 죽일 때 냄비에 넣고 물을 서서히 데우면 개구리는 따뜻해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못하고 물속에 있습니다. 물이 점점 뜨거워져도 뜨거운 줄을 모릅니다. 나아가 펄펄 끓어도 자기를 죽이는 일임을 깨닫지 못하고 죽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개구리가 물이 뜨거워지는 줄 알고 빨리 뛰어나오면 살 수 있을 텐데 안주하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죽게 된 것입니다.
혹시 우리가 개구리의 상태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 나의 상태에 만족해하면서 자극이 와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개구리와 같은 상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또 애완코끼리는 힘을 쓰지 못하도록 훈련을 시킬 때 다리를 나무에 묶어둔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 번, 두 번 나아가려다 자기의 몸이 아프고 이상이 오니 그 때부터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습관이 되어 다리를 풀어놓아도 아무런 자극을 주어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아예 자기의 힘을 발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코끼리와 같은 나쁜 습관 때문에 자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반응의 상태에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자신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있으면 안 됩니다. 아무리 힘이 들고 아무리 바쁘고 해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자극이 가면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민감함이 제일 좋습니다. 긴장은 좋지 않습니다. 긴장은 건강을 해칠 뿐입니다. 둔감함이나 마비나 죽음은 절대 안 됩니다. 나의 상태는 어떠합니까? 민감? 둔감? 마비?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