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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남이 나를 믿어준다는 것

봄꽃이 너무 아름다운 계절! 10년이 지난 차를 바꿔준 아내가 봄나들이 여행을 가자고 하여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산야에는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연두색의 나뭇잎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켰다.

토요휴무가 있는 주말이라서 영덕 대게축제장에 들렸다가 동해안의 울진 부근에 있는 자연용출수를 사용하는 온천에 들렀다. 아침 6시 반에 커피숍에 모이면 산림욕을 하며 약 2시간을 걸을 수 있는 코스가 있다고 하여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온천수가 용출되는 곳까지 다녀오는 평탄한 길이라서 산책하기 아주 좋은 곳이었다. 아침공기가 약간차서 옷을 갈아입고 출발하였다. 송림이 우거진 계곡을 따라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니 세계적인 유명한 다리를 본 따서 만든 아름다운 모양의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었다. 크고 작은 폭포를 보노라면 선녀가 목욕을 하였다는 전설이 떠오르는 곳도 있다.

아름다운 절경사이로 송유관처럼 긴관이 연결되어 있는데 자연용출 온천수를 끌어오는 관이라고 한다. 종점에 가보니 40여도가 넘는 온천수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흐르는 온천수에 손과 얼굴을 씻고 내려오니 8시 반이 넘어서 인지 시장기가 돌았다. 음식점이 눈에 뜨이는데 옷을 갈아입고 오느라 점퍼 속에 지갑을 두고 와서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아내도 나만 믿고 왔다며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약2km 떨어진 호텔까지 올라가서 돈을 가져오겠다는 나를 이끌고 아내는 식당 문을 들어선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선 아침을 먹고 내려갈 때 돈을 주고 가잔다.
식당 아줌마에게 이야기를 하니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듯 바라보더니 밥값을 떼어먹을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던지 그렇게 하라며 자리로 안내하였다.

지갑을 안가지고 나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우리가 첫손님일지도 모르는데 낯모르는 사람이 외상으로 아침밥을 달라니 이건 구걸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우거지 해장국과 갈비탕을 시켰는데 바로 나왔다. 돈을 가져오자면 일정이 늦어진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었다.

한편으로 밥값을 떼어먹고 갈 사람으로는 보지 않고 외상으로 밥을 주는 식당아줌마의 믿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사람은 남이 나를 믿어 줄때 인간대접을 받는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았다.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아이들도 믿어주면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됨을 많이 보아왔다. 인간관계에서 신뢰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우리 교육도 정직성 교육과 신뢰하며 믿음을 주는 인성교육이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모두를 믿을 수 있는 사회인가? 남을 속이고 사기를 치고 믿음을 가게 선심을 쓴 다음 큰 손해를 보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억울한 일을 당하고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자기가 받은 만큼만이라도 은혜를 갚고 베풀 줄을 알아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각박한 현실이 안타깝다.

사람이 신용을 잃으면 인간대접을 못 받는 법이다. 아주 작은 신뢰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보는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분이 고마워서인지 아내는 밥값보다 가격이 비싼 모자를 맡기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야 식당을 나왔다.
등산을 하였으니 피로를 풀 겸 온천을 하고 나서 내려올 때 아침밥값을 주고 굽이굽이 산골계곡을 빠져나와서 시원한 동해를 바라보며 올라왔다. 처음 보는 우리의 모습만 보고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왠지 기분이 좋았고 이번 여행이 한결 더 즐거웠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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