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오랜 기간 교직에 몸 담고 있으면서 시골과 도시 아이들의 서로 다른 점을 많이 보아왔다. 물론 어느 곳이 더 좋다 라는 말을 못 하겠지만 분명 차이는 있었다. 그래서 그네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란 환경에 따라 성격 형성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대체로 경제적으로 풍부하고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핵가족 생활을 하고 있는 도시의 아이들은 단정하고 깔끔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학력면에서는 우수하고 문화적인 혜택을 많이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부분 한 가지 이상 학원도 다니고 있으며 친구 관계 또한 부모들이 인위적으로 형성해 주려고 노력도 한다. 또 좋은 도서도 많이 읽고 일기도 열심히 쓰며 바른 인성과 옳은 행동을 하려고 늘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바쁜 하루 일정(?)에 쫓기다보니 친구들과 즐겁게 놀 시간이 부족하고 할 일이 많다. 그리고 안전상의 문제로 인해 부모의 행동반경에서 맴돌고 있으며 그 범주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서가 조금은 메마르고 사고의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된다.
그런데 시골 아이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부모들의 관심도가 조금 뜸한 경우도 있다. 또 그들은 학력도 우수하지 못하고 놀기를 좋아하며 좋은 환경과 문화적인 혜택도 적은 편이다. 방과 후 학교에서 놀고 갈 수 있는 시간이 그래도 조금은 더 있고 청소 시간에도 시간에 쫓기면서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그런지 사고의 범위가 조금은 자유롭고 친구들과의 관계형성도 잘 되어 결속력이 좋으며 우애가 돈독하다. 아침에 학교에 오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유를 가져와서 나누어 줄 줄 알고 서로 간에 이해의 폭이 더 넓은 것을 보았다. 그래서 시골의 초등학교 동창회가 잘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도시 아이들은 조금만 괴롭히거나 건드려도 곧장 담임에게 일러 주면서 불편해 하지만 시골 아이들은 어지간한 것은 참고 견디며 그리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도시 아이들은 아는 것이 많고 어려운 문제도 잘 해결하며 못하는 것이 없지만 시골 아이들은 문외한이거나 새로운 것인냥 의아해한다. 그러나 청소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거나 눈치를 살피며 대충 하려 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협동하여 청소를 하고 깨끗이 정리정돈도 잘 한다.
이에는 부모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본다. 본인은 지금 시골 학교의 3학년을 담임하고 있다. 며칠 전 한 여자 아이가 책을 던져서 우연히 옆에 있는 남자 아이의 눈 바로 밑에 맞았다. 그런데 맞은 아이는 담임에게 말하지도 않고 자꾸 눈을 만지고 비비는 것을 보았다. 이상해서 가까이 가 보니 눈 밑이 조금 찢어져 있었다. 오히려 본인이 놀라서 물어보니 그제서야 상황을 말하며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건실에 다녀오라 하고 던진 아이에게 주의를 주고 사과도 하게 했다.
그 날 바로 다친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한다는 것을 깜빡 잊고 다음날 아침에 살펴보니 많이 나아져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다친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해서 얘기를 하니 학부모는 오히려 ‘우리 아이가 말썽을 많이 피우지요?’ 하면서 미안해했다. 조금 다친 것은 괜찮아지겠죠 하면서...
이런 경우에 도시의 가정에서는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담임이 당일에 전화를 못 했다면 어쩌면 다친 아이 부모 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심각하게 그 사건(?)의 개요가 오고 갔을 것이며 학부모들끼리도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거리가 되었을 일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특히 아직 미성숙 단계인 초등학교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라나는 새싹인 어린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는 의의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고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인지는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아이들의 인성은 그 부모나 사회로부터 이루어진다고 본다.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학교와 가정에서 그들은 믿음을 배울 것이며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줄 알게 된다.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확대하고 문제 삼으면 얼마든지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 요즘처럼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생활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조금은 참아주고 지켜보는 주변 환경이야말로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