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먹히지 않는 쓸 데 없는 질문인 줄 뻔히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내는 일이며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을 바람직하게 성장․변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실상, 학교 현장을 들여다볼라치면 이러한 본질은 온 데 간 데 없고 사이비 교육만이 판을 치고 있다.
백년하청, 조금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입시중심의 교육체제 하나만 놓고 생각해 보자. 세속적 성공과 출세를 지향하는 것이야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기에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한 개인의 행복과 불행, 현재와 미래가 오로지 대학 들어가는 성적 하나로 좌우되고 명문대 졸업 여부 하나로 결판나고 마는, 세계에 그 유래가 없는 대한민국만의 병리적 사회풍토 속에서 학교가 단순한 입시교육기관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이다.
안타까운 것은 입시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교육수요자들의 맹목적 의존으로 인해 급속히 팽창하는 사교육시장의 위세에 밀린 나머지 본래적 기능의 하나였던 지식전수기능마저도 불신을 받기에 이른 학교가 이제는 단순히 학생들의 학적관리나 해주는 곳으로 비쳐지는 현실은 자연스럽게 학교교육 무용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에를 가나 학교에를 가나,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곤 경쟁을 부추기고 극도의 이기심을 부추기기는 것뿐인 우리의 교육현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인간으로 자라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매달려 사는 인생,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인간의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한창 꿈을 키우고 몸을 기르는 가운데 인간과 사회에 눈을 뜨고, 정의와 양심, 도덕적 가치를 내면화해야 할 소중한 시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도 없이, 좋고 나쁨을 가리지도 않고,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욕망에 눈 먼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 그들의 행복지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언젠가 한 언론에서‘전쟁 및 국가 위기 시 행동에 대한 한중일 청소년 의식 비교 조사’를 한 적 있는데‘전쟁이 나면 싸우겠다.’는 학생이 일본의 경우 41%인데 우리는 1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흔히 있는 일이고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것쯤으로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내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중국의 경우 60%인데 우리는 38%에 그치고 있다면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학생들의 의식일까?
서울 강남 지역 초등학교에서 한 개에 10만원이 넘는 루이뷔통 머리방울이나 헤어밴드를 하는 아이들 수두룩하고. 중 고등학생으로 올라가면 페라가모 구두니, 카르티에 지갑 등으로 수준이 높아지는 현실은 또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먹고 아무데나 버리는 통에 학교가 온통 쓰레기로 넘쳐나고 어쩌다 선생님이 회초리라도 들라치면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그 현장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으려 덤벼드는 아이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단 말인가.
지금 일선 학교 교육현장에서는 입시위주 교육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국․영․수 점수의 높고 낮음에만 모든 이의 관심이 집중될 뿐, 제대로 된 통합적 인성교육이나 사회교육은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도덕이나 윤리 교과목, 혹은 사회와 역사 교과목을 배우고는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이수과정의 하나로서 존재할 뿐 실천적 가치 덕목으로서 내면화된 교육활동은 실종되고 만 것이다.
결국 교육다운 교육의 부재가 초래한, 학생들의 이 같은 무규범적 행동, 비도덕적이고 몰사회적인 인격형성이 학교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오래 방치된다면 그것은 결국 아이들 영혼의 황폐화로 이어져 개인적 삶의 불행은 물론이려니와 사회적 불안과 혼란까지 초래할 것이 틀림없다.
잘못된 교육, 얼빠진 교육으로 아이들의 영혼이 썩고 병들어가고 있는데.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면 무엇 할 것인가. 아이들의 장래와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의 바람과 지혜를 모아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혼이 있는 교육, 철학이 있는 교육으로. 가르칠 것을 마땅히 가르치고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는, 지식과 인간성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교육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