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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시의 교실 만드는 법안 즉각 폐기돼야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교실 내 CCTV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해 2월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 이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이 직면할 심각한 혼란과 갈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추진돼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학교 내 CCTV 설치 관련, ‘교실은 제외하되,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하여 학교장이 제안하고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견 수렴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포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얼핏 보면 엄격한 요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실 내 CCTV 설치를 손쉽게 열어두는 구조다. ‘학교장의 제안’이라는 기준은 법적·행정적 명확성이 없고, ‘학생·교사 보호’라는 추상적 용어는 해석의 여지를 지나치게 크게 만든다. 결국 학교장은 일부 학부모의 압박, 지역 간·학교 간 설치 사례 비교, 악성 민원 등 외부 요인에 휘둘려 사실상 교실 내 CCTV 설치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학교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다.

 

교실 내 CCTV 설치 여부가 학교 단위 의사결정에 맡겨진다는 점 또한 우려된다. 이는 학생과 교사의 사생활권 등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중대한 조치다. 그럼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학교운영위 심의로 설치 여부가 달라지면, 학교마다 기본권 보호 수준 또한 차이가 생기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기본권 침해 우려가 큰 정책일수록 국가가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CCTV는 한 번 설치되면 사실상 제거하기 어려운 시설이라는 점도 간과되고 있다. 설치 후 제거 여부를 둘러싸고 또 다른 민원과 갈등, 행정적 소모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교실 내 CCTV 설치 반발 거세

기본권 침해 학교장에 떠넘기나

법 통과하면 교육본질 위협 직면

 

무엇보다 교실이 상시 녹화되는 환경은 모두에게 심리적 위축을 가져온다. 교실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이 일어나는 생활공간이자 학습공간이다. 질문하고 실수하고, 토론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인데, CCTV가 상시 작동되는 환경에서 학생들은 심리적 위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사 또한 모든 말과 행동이 기록된다는 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 교육활동이 축소될 수 있다. 이는 학습 분위기 전반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아동학대 의심 시 제3자 녹음 허용’ 법안까지 발의되는 등 학교 현장에 감시 장치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기류가 굳어진다면 교실은 ‘언제든 녹음·녹화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교육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갈등 문제도 무조건 CCTV 열람 요청으로 이어져 학교의 신뢰 기반은 무너질 것이다.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교실은 감시의 공간이 아니라 신뢰와 존중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다. 학교를 지키는 길은 카메라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자율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감시가 아닌 신뢰가 살아 있는 교실만이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을 온전히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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