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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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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겁이 나요"

오늘 학교에 출근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즐거운 일도 있지만 하도 황당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니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일어난 사건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초교 교사로 근무하는 친구는 담임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학생 몇 명 때문에 수업을 진행할 수 없고 체력이 소진되어 교직생활 위기를 호소한다.

# 1. 학교 유리창 깨지는 것은 일상적인 일
유리 가게 차량의 학교 출입이 빈번하다. 교실, 복도 유리창을 비롯하여 현관 유리 깨지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장난치다 깨지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깨는 학생도 있다. 안산의 S중학교는 하루밤에 교실 유리창이 수 십장 깨져 교직원이 야간 보초를 선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 애교심은 찾아 보기 어렵다.

며칠 전 학교 현관 출입문을 교체하는 유리가게 주인을 만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 학교는 평균 월1회 출입문 유리가 깨지거나 고장이 난다고 알려 준다. 인근 학교 유리창 보수 건수도 알려 주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 2. 사무실을 물바다 만들고 조경 파괴도
학교 조경에 정성을 다하는 교장 선생님이 절레머리를 흔든다. 수돗가에서 고무호스로 연결하여 매일매일 물주기를 하고 있는데 점심시간에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학생이 그 호스를 배움터지킴이(School Police) 사무실 창문에 넣어 그 곳을 물바다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을 그냥 장난이라고 웃고 넘어가야 할까?

교정에는 봄꽃이 만발하고 신록이 푸르다. 교문 진입로에 커다란 둥근 파이프를 잘라 화분을 만들어 팬지를 심고 물주기 담당 학생을 지정하여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있다고 보았는데…. 어느 날, 화분 곳곳에 운동화 자국과 함께 팬지는 밟혀 죽였던  것이다. 아름다움을 즐길 줄 모르고 파괴하는 그 잔인함이란?

# 3. 친구 괴롭히기와 아이스크림 사건
바로 어제 체육대회 날 있었던 일이다. 2학년 여학생이 울면서 교무실에 들어와 담임에게 하소연한다. 다른 반 여학생이 운동장에서 자기 바지를 끌어내려 창피해 조퇴를 하겠다고 한다. 가해자 학생을 불러 조사를 하니 그냥 장난으로 한 짓이라 한다. 상대방의 피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는 학생들이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아니면 친구 사이의 우정인가? 점심 식사 후 남녀 두 학생이 벤치에 다정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나 한 입 먹고, 친구 한 입 먹고'가 한참 진행 중이다. 잘라 먹는 것도 아니고 핥아먹는데 위생도 그렇거니와 철부지 학생들의 행동으로 치기엔 너무한 듯 싶다. 유치한 행동이 부끄러운 줄 모른다.

국민들은 교육 황폐화를 알고나 있는지…

이게 요 며칠 사이에 학교에서 일어난 어이없는 일들이다. 리포터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는지 모르지만 이것이 학교현장의 생생한 모습이 아닌지? 선생님에게는 무한한 인내력이 요구되나 보다. 그래서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지만.

요즘 무자격교장 공모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교육을 모르고 학생들의 심리를 제대로 모르고 학교현장의 문외한을 '경영'이라는 허울을 씌워 학교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이다. 교육을 말아 먹고 학교현장을 뒤집어 엎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교직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누구나'와 '아무나'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아닐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얼핏 보면 문호가 개방되고 자신감을 주며 평등의 냄새가 풍긴다.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아무래도 그 일을 깔보는 것이 아닌지? 교원 정년 단축 때 회자되던 말이 '교장은 아무나 하나?'였는데, 국민들은 교육 황폐화의 현장을 알고나 있는지….

오늘 아침 모 신문의 칼럼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여권 사람들은 '노 대통령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라고 생각하고 국민들은 '아무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줬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 과연 누구 생각이 맞을까?

이 세상 일을 하는데 있어 '아무나' 그 일을 하면 안 된다. 준비된 사람이,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 준비 안 된 부모가 어버이가 되면 자식교육에 애를 먹고 가정교육 망치며 나아가 학교, 지역사회, 국가에까지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선생님도 마찬가지고 학교장도 마찬가지다.

리포터는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두렵다. 지금의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두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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