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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인동꽃 울타리 사이로 첫여름이 시작됩니다

보리타작을 시작한 강마을에는 연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기압이 낮은 날이면 빵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누룽지 냄새 같기도 한 매캐한 연기가 온 들을 휘감아 희뿌옇습니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보리밭이 가뭇없이 사라진 들판에는 모심기를 한 논이 보입니다. 연초록 어린 모들이 줄을 맞추어 선 무논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참으로 싱그러운 계절입니다. 운동장에는 동아리체육대회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이단뛰기 연습를 하느라 붉어진 은실의 볼이 사과처럼 어여쁩니다.

“은실아, 연습은 잘 되니?”
“아니예, 집에서 맨날 하는데 잘 안되예!”
“선생님도 예전엔 이단뛰기를 잘 했는데!”
“한번 해 보이소예.”

은실이의 줄넘기를 받아 몇 번의 이단뛰기를 하니, 어지럽고 숨이 찹니다.

“아이고! 나이는 못 속이겠다. 예전에는 50개도 쉽게 했는데....”

은실이는 다섯 개도 못 하고 힘이 들어 하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못믿어 하는 은실이를 뒤로 하고 운동장 주변을 산책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향기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실습지 주변 길가 울타리 사이에 희고 노란 인동꽃이 피어있습니다.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리는 대표적인 여름 야생화입니다. 처음에 흰색으로 피지만 다음날이면 노란색으로 변해, 마치 흰색과 노랑의 두 색 꽃이 피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모양은 가느다란 통꽃으로 두 송이씩 피는데, 꽃잎 끝은 3장으로 갈라져 위로 젖혀지고 수술이 길게 밖으로 빠져 나와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꽃 모양을 트럼펫과 닮았다하여 트럼펫꽃(trumpet flower), 꿀을 분비한다고 허니 써클(honeysuckle)이라고도 한답니다. 인동꽃을 따서 끝을 쪽 빨면 달큼한 꿀이 조금 나옵니다.

인동과 관련된 재미있는 민속신앙으로는 부녀자들이 산후로 허리가 아프면 인동덩굴을 걷어다 허리에 감는데, 이렇게 하면 허리 아픈 것이 깨끗이 낫는다고 믿고 있답니다. 또 어떤 지방에서는 정월 보름에 인동덩굴을 걷어다 마당에 불을 피우는데 이렇게 하면 잡귀가 인동이 타는 냄새에 근접을 하지 못하고 모두 달아난다고 합니다.

꽃차를 만들 수 있다기에 '향 고운 인동꽃차를 만들어 나누어 마시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금은화차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인동의 꽃을 차에 띄워 직접 향을 취하는 방법이다. 금은화차는 물론 인동꽃으로 조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동꽃을 직접 먹는 것은 아니고 그 향을 취해 차를 조제한 것이다. 먼저 질 좋은 녹차를 한지나 베보자기에 싼다. 미리 따다 놓은 인동꽃을 사기그릇에 담고 그 속에 차주머니를 묻어 뚜껑을 닫고 하루를 재웠다가 꺼내 차를 우려내 마신다. 녹차에 인동꽃 향을 배게 하여 그 향을 취하는 방법이다.

자세하게 알아보면 좋은 녹차를 끓이고 8할 정도로 식힌 뒤 찻잔에 붓고 활짝 핀 꽃을 한두 송이 띄운다. 20~30분정도 지나 인동꽃이 숨이 죽어 시들해 지면 꽃을 건져내고 마신다. 너무 오래 잔에 두면 천한 분향 냄새가 나고 일찍 건져내면 차향이 엷어 맛이 떨어진다.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신선한 인동꽃을 따 밀폐된 용기에 넣고 미리 한자에 싸둔 녹차를 묻어둔다. 하루를 재웠다 이튿날 꽃 속의 차 봉지를 꺼내 미지근한 물에 우려내 마신다. 꽃을 넣는 용기는 유리그릇이나 도자기로 된 것을 쓰는 것이 좋다. 금속제 용기는 차와 꽃향기가 산화 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차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인동차는 여름에 마시는 차다. 따라서 인동꽃과 함께 녹차를 물에 우려낸 뒤 냉장고에 보관 차게 해서 마셔도 좋다. (생명의 나무/http://moolpool.hihome.com/)

향기로운 인동꽃 울타리 사이로 싱그러운 첫여름이 빛나고 있는 이곳은 경남 의령군 지정면의 작은 중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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