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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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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참음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흐립니다. 월요일을 시작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날씨입니다. 그렇지만 월요병도 잘 이겨내고 월요일을 산뜻하게 잘 시작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마음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월요일만 되면 유리창이 깨진 것을 자주 봅니다. 얼굴이 찡그려집니다.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장이 작은 데다 공을 차니 자주 유리가 깨집니다. 공을 차다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학생들이 다치지 않게 좀 치우면 안 되겠습니까? 운동장을 사용했으면 최소한 기본을 지켜야 될 것 아닙니까? 조금 시민수준이 높아진다 싶었는데 또 그렇지 못함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문 앞 도로에는 또 두 봉지의 쓰레기를 버려놓았습니다. 양심과 함께 버려놓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참을 수밖에 없지요. 우리 쓰레기 봉지에 담아 학교 창고 안에 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교육하는 선생님이고 우리학교는 교육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도 간접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에게 어떻게 가르칩니까? 말보다는 행동입니다. 분노보다는 참음입니다. 신경질보다는 인내입니다. 본받기보다는 본보이기입니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끈기 있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조례를 마치고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구석구석 담배꽁초가 보였습니다. 앉다 버린 휴지가 그대로 있습니다. 할 수 없이 장갑을 끼고 쓰레기 봉지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체육부장 선생님께서 오셔서 함께 주우면서 하시는 말씀이 ‘북구청에서 쓰레기 봉지를 많이 갖다 줘야 되겠습니다. 시민들을 위해 운동장을 사용하게끔 했으니 쓰레기 봉지를 사 줘야지 왜 우리 봉지로 무료봉사를 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놀기는 주민들이 놀고 쓰레기는 학교에서 치우고 버리기는 주민들이 버리고 담기는 학교 쓰레기 봉지로 우리가 담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이 우리학교 출신 아닙니까? 대부분이 우리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함께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힘을 써야 합니다. 노는 날 잘 놀고 돌아갈 때는 깨끗하게 뒷정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습니까? 학교 주변의 주민들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난주에 책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어느 폴란드의 사회학자가 인간 사회에 대해 몇 달 동안 연구를 하였는데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는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누어 대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 부류는 ‘사람다운 사람’(People people)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와 동등하게 받아주며,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기를 원합니다. 두 번째 부류는 ‘기계 같은 사람'(Machine people)입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유익을 위해서 최선을 베풉니다. 세 번째 부류는 풍경 같은 사람(Landscape People)입니다. 그들은 길거리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매일같이 스쳐지나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들입니다.

저는 우리학교 주변에 살고 있는 모든 분들을, 우리학교를 이용해주시는 모든 분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대하기를 원합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주민들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우리와 동동한 위치에서 서로 호의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세워주며 서로 유익이 되는 그런 사람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할 때 그분들이 마음에 변화가 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도 적어도 기계 같은 사람이 될지언정 풍경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우리학교의 유익을 위해서 그들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학교의 유익을 위해서 참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고 싸워서야 되겠습니까? 분노를 터뜨려서야 되겠습니까? 썩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기계 같은 사람’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가 지나치다고 ‘풍경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분들이 전혀 학교에 대해 관심이 없고 학교에 피해가 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아닙니까? 그분들이 설사 ‘풍경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똑같이 ‘풍경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분들 중에도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기계 같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 중에는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계 같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그 중에는 ‘사람다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참고 또 참아 주민들이나 선생님들이 모두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적어도 ‘기계 같은 사람’ 정도는 되어야지 ‘풍경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은 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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