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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꿈 꿀 것 같아요!



내일은 현충일입니다. 현충일 훈화를 2학년 개구쟁이들 앞에서 합니다.

“내일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영이가 외칩니다.

“내일 영석이 생일이래요.”

영석이는 근 이완증(유전염색체 결함으로 근육이 줄어들고 관절이 굳어가는 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런 아이가 내일 생일이라네요. 우리반은 13명 아니 1명 여자아이가 전학을 와서 14명이 되었네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인지라 아직 참 이쁩니다. 그런데 하늘은 어찌 그리 가혹한 시련을 우리 아이에게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영석이네는 다문화가정입니다. 참 어렵게 사시는 분들입니다. 어머니가 하루 종일 학교에서 아이와 같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올해 초등학교에 청소용역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래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영석이 어머님이 학교에서 청소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런 영석이가 생일이라네요. 8년을 잘 견디어 내준 우리 아이가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생일 케익 하나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가 있는 곳에는 제과점이 없습니다. 차를 타고 인근 면소재지까지 다녀와야했습니다. 제과점에서 고깔도 주더라고요. 엄마가 퇴근하시고 집에 가실 때 가지고 가라고 행정실에 놓아두었다고 이야기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또 엄마의 첫 월급날이랍니다. 엄마는 또 선생님들이 고맙고 학교가 고맙다고 수박을 2통이나 사가지고 오셨네요. 학교에서는 조촐한 생일 및 수박파티가 벌어졌습니다. 케익과 수박이 놓여 있는 교무실로 엄마의 등에 업혀서 오는 아이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입 가장자리에 웃음이 뚝뚝 떨어지는데 표정짓기가 무척 힘든 모양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전 교직원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아이는 고깔을 쓰고, 축포를 터트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교장선생님과 케익을 자르는 동작도 한번 취해보고. 케익은 집에 가서 한 번 더 사용하기 위해 잘 싸두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말합니다.

“오늘 꿈 꿀 것 같아요.”

엄마도 한 말씀 하십니다. 서툰 우리말로.

“오늘 밤 잠이 안올 것 같아요.”

작은 준비였는데 우리 아이가 너무 행복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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