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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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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먹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장마기간이어서 강마을은 온통 물냄새로 가득합니다. 흐린 하늘엔 무수한 잠자리가 날아오르고 주황색 원추리꽃이 화단 기슭에 피어났습니다.

원추리는 제가 좋아하는 여름꽃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옛 여인들은 규방 가까이 원추리를 심었다고 합니다. 원추리는 여인의 꽃으로 봄철 연두빛 새싹은 나물로 무쳐먹거나 된장국에 넣으면 맛있는 반찬이  됩니다. 그리고 여름철 주황과 노랑의 어여쁜 꽃이 피면 그 꽃을 따서 밥과 같이 지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밥색깔이 노랗게 변해서 참 곱다고 합니다.
 
원추리는 우리 말로 근심을 풀어주는꽃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은 여인들의 사랑을 받은 꽃입니다.  원추리는 한자로는 훤초(萱草)입니다. 원추리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시경,백혜(伯兮)> 편에 나온다. “어디서 훤초(훤草)를 얻어다 뒤꼍에 심을까[焉得훤草, 言樹之背]”라고 했다. 여기 보이는 훤초(훤草)가 바로 훤초(萱草) 즉 원추리이다. ‘훤(훤)’은 잊는다는 뜻이다. 원추리의 다른 이름은 망우초(忘憂草)다. 근심을 잊게 해 준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술이기(述異記)』라는 책에는 오(吳) 지역에서는 이 꽃을 근심을 치료해 준다는 뜻으로 요수화(療愁花)라고 부른다고도 적혀 있다. 정민/문화와 나 2004.여름호

강마을 흐린 하늘 사이로 언뜻언뜻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검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보이는 하늘 빛이 더 곱고 푸릅니다. 저는 저 푸른 하늘빛이 참 좋습니다.

제가 장마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용운님의 시 <알 수 없어요> 때문입니다. 한용운님의 시는 모두 좋지만, 그 중에서 한여름철이면 꼭 이 시를 꺼내 중얼중얼 소리내어 읽습니다. 그리고 고단하고 평이한 제 일상 속에 작을 푸른 하늘빛인양 그렇게 제 꿈을 생각합니다.

어쩌다 덥고 비오는 장마철 제 마음처럼 되어주지 않는 일들이 쌓여서 지치고 힘들 때면 하늘을 봅니다. 그리고 그 하늘 사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 조각 하나에 힘을 내는 것입니다.

강마을은 장마기간 중이어서 하늘빛은 무겁고 이따금 비를 뿌릴 것 같습니다. 저는묵은 시집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끝이없는 어둠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가슴에 품고 꼿꼿하게 나아가셨던 한용운님의 위대한 삶을 기억하면서 다시 시를 읽습니다.
                                                                               원추리꽃 무성히 핀 강마을에서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 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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