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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익모초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학교가 있는 경남 의령의 작은 강마을은 그대로 익어버릴 듯 더운 여름볕이 내리붓고 있습니다. 그저께가 말복이었으니 지금은 여름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그 뜨거운 여름 햇볕 사이에 연분홍색 익모초꽃이 피었습니다. 옛날 숙직실 뒷편 구석에 쑥과 비슷한 익모초가 한 포기 자라는 것을 봄에 보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내가 틀렸나 하고 옆에 계신 행정실장님께 여쭈어 보니, 익모초가 맞다고 하더군요.

익모초(益母草)는 이름 그대로 여성 즉 어미니를 이롭게 하는 약초입니다. 어릴적 입맛이 없을 때 어머니께서 익모초를 찧어 그  생즙을 짜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쓰디쓴 그 물을 마시고 나면 이상하게도 입맛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렇게 쓰디쓴 약초 익모초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선머슴같이 껑충껑충 뛰어다니던 여자아이에게 찾아온 분홍 첫사랑같습니다.

 익모초에 대한 전설을 찾아보았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아들 단둘이 살아가는 집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잘 못하여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팔 다리가 저리고 배가 아파 늘 고생하였습니다.

어머니의 병은 아들이 열 살이 넘도록 낫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습니다.
아들은 허약한 몸으로 힘들게 일하며 베를 짜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어머니, 아픈 것은 참지 마시고 의원을 찾아가 진맥을 한 번 받아 보세요."
"쌀독에 쌀 한 톨 없는 처지인데 의원이 무슨 말이냐? 병도 먹을 것이 있고 나서야 고치는 게지......"
"그럼 약초캐는 노인이라도 찾아가 약을 좀 사서 잡수세요!"
"됐다. 너나 어서 커서 어른이 되거라. 나는 아직 괜찮다."
"어머니, 그렇게 몸을 천대하다간 정말 큰일납니다. 어머니는 저 때문에 반평생 고생만 하지 않았습니까? 남은 여생은 제가 편하게 모시려 하는데 늘 편찮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 후 아들은 곧바로 약초 캐는 노인을 찾아가 어머니의 병세를 자세히 말하고 약 두 첩을 사 왔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지어 온 약을 달여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몸이 가볍고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며칠뿐이었습니다.

아들은 다시 약초 캐는 노인을 찾아갔습니다.

"그 약을 먹고 며칠은 좋았는데 다시 아프다고 합니다. 어머니 병을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겠습니까?"
"그야 어렵지 않지만 돈이 좀 있어야 해!"
"얼마나 있어야 합니까?"
"완전히 낫도록 먹으려면 쌀 다섯 가마와 은돈 열 냥은 받아야지, 워낙 귀한 약이니깐 말야. 그래도 의원을 찾아가봐, 그 몇 배는 더 달라고 할거야!"

아들은 노인의 말을 듣고 혀을 내둘렀습니다. 그러나 돈을 내지 않으면 약을 주지 않을 것이고, 약을 먹지 않으면 어머니 병이 낫지 않을 것이라 아들은 망설이다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이튿날, 아들은 약초 캐는 노인을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저의 어머니 병만 고쳐 주신다면 그 따위 쌀과 은돈쯤이야 문제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나만 믿어. 내일 당장 약을 지어 주마!"

약초 캐는 노인은 횡재하는가 보다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들은 몰래 노인의 뒤를 따라가서 노인의 집 앞에 있는 큰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 위에서 밤을 새며 노인의 행동을 살폈습니다.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문 여는 소리가 나고, 이어 호미와 망태기를 챙겨 든 노인이 나왔습니다. 노인은 북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들은 나무에서 내려와 노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노인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혹시 누가 뒤따라 와서 훔쳐 볼까 봐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걸어갔습니다.

그러다 제방 쪽으로 가더니 갑자기 쭈구리고 앉아 뭔가를 열심히 캐기 시작했습니다. 노인은 약초 몇 포기 캐 잎은 모두 훑어 강에 버렸습니다.

아들은 제방으로 가서 잘 살펴보았지만 노인이 캐던 풀이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들은 약초캐는 노인이 약초 잎을 강에 버린 것을 떠올리고 강물로 뛰어들었습니다.

"약초 잎만 찾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물살이 세지 않아 모두 떠내려 가지 않고 몇 개의 약초 잎이 바위에 걸려 맴돌고 있었습니다.

"야, 찾앗다!"

아들은 큰 재물을 얻은 것보다 더 좋아하며 담홍색과 흰꽃이 함께 핀 쑥잎처럼 생긴 잎 몇 개를 건져 올렸습니다. 아들은 그 약초 잎처럼 생긴 잎이 달린 풀을 보이는 대로 캐 집으로 갖고 갔습니다. 손발을 씻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노인이 약 두 첩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이건 이틀분 약이고, 모레 또 갖고 오마!"
"예, 고맙습니다."

아들은 노인이 돌아간 뒤 약봉지를 풀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잘게 썰고 찧어 놓아서 원래 약초의 모양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은 노인이 지어 온 약과 자기가 직접 캐 온 약초의 냄새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독초는 아닐 테니 내가 캐온 것을 먼저 써 보자!"

아들은 노인이 갖고 온 약은 한쪽에 두고 자기가 캐 온 약초를 먼저 달여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어떠세요. 어머니? 조금 낫는 것 같아요?"
"그래, 훨씬 좋아진 것 같아!"

신기하게도 그 약을 먹고 이틀쯤 지나니 어머니의 병세는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이틀 뒤, 노인이 또 약을 지어 왔습니다. 아들은 공손히 절을 한 뒤 말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가 괴로워하시는 걸 보고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집 형편으로 그렇게 많은 쌀과 돈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틀전에 지어 주신 약도 먹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러나 갖고 오신 약값은 드릴 테니 받으시고 내일부터 오시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약초 캐는 노인은 실망한 듯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너의 어머니는 약을 계속 드셔야 해. 그러지 않으면 이번 추석까지도 사시기 어려울 거야."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 없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죠."

노인은 두 첩의 약값만 받아 돌아갔습니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아들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매일 제방으로 가서 약초를 캐다 어머니에게 정성껏 달여 드렸습니다. 어머니의 병도 아들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보름도 안 가 완전히 나았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 약초의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부를까? 그래, 어머니를 도운 약초이니 도울 익(益)자에 어미 모(母)자를 써서 익모초(益母草)라 부르자!"

그 뒤로 그 약초를 익모초라 불렀습니다. / 출처 : 한국토종산야초연구소

익모초꽃에는 이런 아름다운 전설이 숨어있었습니다. 연분홍꽃이 층층이 핀 익모초를 다시금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꽃이 있어 세상은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또 이렇게 향기롭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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