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에서 실시하는 6개월 TESOL연수를 신청하고 원어민과의 인터뷰를 거쳐 연수생으로 확정이 되었다. 지난 9월 초부터 매주 2시간 30분씩 두 번 방과 후에 모여 교육을 받고 있다. 강사가 미국, 호주인들로서 호주의 교육기관에 의한 280시간 immersion program(집중훈련과정)으로 완전히 영어의 바다에 빠지는 교육 과정이다.
TESOL은 Teaching English to the Speakers of Other Language의 약자로서 우리말로 그냥 영어교수법이라 해도 된다. 다만 영어로 비영어권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점에서 용어가 다소 낯설지 모르겠다.
정년이 4년정도 남았으니 다른 특별연수를 받지 않아도 무리없이 교육에 임하다가 퇴직에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날마다 달라지는 교육환경. 날마다 새로워지는 영어교수법을 익히면 그것은 교직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가꾸는 것이 될 것 같아서 의욕을 가지고 지원을 했다. 6개월 교육기간동안 매주 방과후 교육도 수월치 않은 것이고 방학기간에도 계속 교육을 받아야 하고 마지막 1개월은 호주 시드니에 가서 현지 교육과 실습을 하는 일정이다.
물론 많은 과제가 부여되고 엄격하게 출석이 체크되고, 수시로 예고도 없이 영어논술을 작성해야 하는 등의 일이 수월하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요새 아주 재미있게 연수에 임하고 있다. 방법이 새롭고 자기주도적 학습l이기 때문이다. 기본 문법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인데 다만 영어로 해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영어로 대화를 하고 영어로 강의를 듣고 작문을 하고 presentation(발표) 한다.
10월에 들어서는 연수생 전원이 20여 분간 수업지도 안을 작성하여 창의적인 수업을 해야한다. 나도 어제 교육생을 대상으로 presentation(영어수업발표)을 무사하게 마쳤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미있는 vocabularies(어휘)학습법을 익혀 그것을 소개하고 학생들 스스로 세 종류의 과제를 푸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게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아주 즐거웠다.
그 동안 두 달 가까이 미국 호주식 교육방법을 익히다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의 주입식 일방적 설명식 교육 방법이 아니라 주로 토론, 작문, 과제수행, 발표로 이루어지는 수업과정이 흥미도 있고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가 있으면 저절로 학습동기가 유발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육방법과 우리의 수학능력시험 문제 유형과의 연관성을 생각해보았다. 이런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 학습이 우리 수학능력 시험과 부합되느냐 하는 것인데,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혹시 우리의 수학능력시험 유형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말살하고 대충 수박 겉핥기식의 학습을 조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 른다.
교육현장에서는 영어로 수업하라, 창의력을 강조하며 의사소통 능력을 중시하라 하면서 수능문제 유형은 여전히 딴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교사나 학생이 혼란스러워 하는 까닭이다. 지금의 수능문제 유형은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도 대충만 파악해도 해답이 보이는 유형, 출제 지문의 처음 부분만 조금 읽고도 답을 유추해 낼 수 있는 문제 등 헛점이 많다.
지나치게 속독속해만 강조하다보니 우수한 학생조차도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일에 허술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정확한 해석을 어려워 하고 문법과 영작에는 상당히 곤혹스러워 한다. 얼마전 일본의 한 연구기관이 한.중.일 영어 실력을 테스트해 보았는데 유독 작문에서만 한국학생들이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긍이 가는 문제다.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한다고 하는게 다른 영작이나 문법은 소홀히 해도 좋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수능 외국어 영역에 영작과 직접 관련된 문항 두 개만 삽입해도 지금같은 기형적인 학습 결과는 초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네 기능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하는데 유독 쓰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수능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교육과정이 짜여지고 참고서가 출판되다보니 천편일률적으로 수능문제 유형 익히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것이 결국 요령만 익히는 허술한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근래 토익점수가 신빙성을 잃어 각종 기관에서 채용시 외국어능력 판단기준으로 채택하지 않는 경향이라 한다. 유사한 현상이 수능에 이미 나타나고 있다. 외국어 수능성적이 곧 외국어 실력으로 볼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문제유형에 익숙하면 답을 찍어낼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한 제도를 기대하는 것이 과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있으면 즉시 시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다.
TESOl 얘기하다가 다른 데로 흘렀다..이번 기회에 외국 교수들의 수업방식을 잘 익혀두었다가 우리 외국어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외국어 학습법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이다. 특히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학습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