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지간에 이런 인연이 있을까? 아침 출근길 농촌진흥청을 지나가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리포터에게 있어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초교 2학년 때 돌아가셨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그러나 막내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제 사진을 지갑 사이에 넣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 보셨지요.
이제 막내가 중학교 교장이 되어 아버지의 평생직장이었던 이 곳을 자동차로 날마다 지나칩니다. 바로 옆에 있는 200년이 넘은 서호 저수지도 바라다 봅니다. 서호는 어렸을 때 여름철 피서지. 이 곳에서 수영을 하고 조개를 잡고 서호천에서는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동네 아줌마는 천엽국을 끓여 주시곤 하였죠.
지금 리포터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서호와 가까이 있습니다. 결혼 경력 17년인데 살았던 두 곳의 아파트에서 서호가 지척입니다. 언제라도 시간만 내면 곧바로 달려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래서인지 봉사직무 연수를 받고 ‘서호사랑 봉사활동 체험교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2005년부터 서호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서호를 한 바퀴 돌면서 환경보전을 실천하고 수질 오염, 시민정신, 무궁화, 서호의 옛모습, 정조(正祖)의 애민정신, 노송의 수령, 서호 납줄갱이, 축만제(祝萬提), 항미정(杭尾亭), 수원팔경에 대해 공부하면서 농업과학관을 들려 농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배우는 것이지요.
이 체험교실에 벌써 수원시내 중·고등학생 몇 백명이 다녀가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호를 통해 애향심과 애국심을 기르고 수원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서호중학교 학생들도 2회에 걸쳐 이 프로그램에 참석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서호 주변을 늘 머물고 있었네요. 거주지가 그렇고 직장도 서호와 5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근무했습니다. 교사 시절 농촌진흥청 건너편에 있는 구운(九雲)중학교에서 5년, 서호가 바라다보이는 숙지(熟知)중학교에서 2년간 근무를 하였고, 교감이 되어서는 숙지산 기슭인 수원제일중학교에서 1년 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제가 바로 서호중학교 교장을 발령이 났다는 사실입니다. 참 인연이 깊기도 하지요. 서호중학교는 옛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부지에 자리잡았습니다. 서울농대하면 농촌진흥청과 함께 수원이 농업과학도시의 메카로 자리잡게 한 것이지요. 고교 시절에는 바로 이 곳이 앨범촬영의 단골장소였습니다. 워낙 조경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죠.
아버지가 농촌진흥청에 근무하셨고, 그 곳에 있는 서호저수지와 서호천은 여름철 놀이터였고 서호천을 따라 내려가면 서울농대가 나오는데 그 곳에 위치한 서호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리포터. 근무한 학교도 서호를 중심으로 서쪽, 동쪽, 남쪽에 있는 인근 학교에 머물렀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삶은 사람과의 인연 뿐 아니라 자연과도 인연이 계속 되나 봅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인연, 변치말고 발전시켜 나가려 합니다. 일요일 아침, 추억으로의 여행 스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