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되었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졸라맨 다음 "이야기 숲길"을 오른다. 그렇게 곱디곱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들으니 어느새 가을도 저만치 도망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철로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올라 가파른 길을 50m 정도 올라가다보면 숨소리가 커져온다.
학교건물과 운동장을 바라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가와 떨어져 마치 포란 형으로 야산이 둘러싸고 있고 정남향의 본관과 후관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넓은 운동장은 2면의 테니스장을 빼고도 직선 100m 코스가 나온다. 마사토로 다져져서 물 빠짐이 얼마나 좋은지 장맛비가 와도 다음날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동편으로는 넓은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어서 놀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느티나무 그늘 옆으로는 한반 어린이들이 야외학습을 할 수 있는 “햇살마루”가 어린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야기 숲길은 오르막에서 숨을 고르고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계단을 내려가는 비탈길이 있고 다시 오르막이 있다가 운동장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래서 운동도 되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산책길로 활용하기 위해 “이야기 숲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선생님들도 일찍 출근하여 숲길을 걷고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는 선생님들도 몇 분이 있다. 우리학교는 폐교지역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가 다섯 대나 된다. 학교버스로 등하교를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걷는 기회가 적어서 운동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침 자율 활동 시간에 1주일에 한번은 이야기 숲길을 걷도록 하고 있다. 운동도 되지만 숲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나서 하루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어린이들도 무척 좋아하고 있다.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테니스장에서는 운동을 하는 교직원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나는 혼자 이 숲길을 걸으며 하루생활을 정리한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을 하면 오늘하루도 교육의 보람을 안고 가는 행복감에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