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적 팽창을 거듭해온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학교육에 대한 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재정 지원 규모·방법 등을 명시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가 지난달 29일 교총회관에서 '세계 각국의 대학재정 비교와 국제경쟁력'을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주철안 부산대 교수는 "저투자, 민간부담 위주의 팽창 정책이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한국의 대학재정지원정책 및 대학재정실태 분석' 주제발표에서 "1278개 학교, 302만명의 학생, 고등교육기관 취학률 83.7퍼센트 등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육여건 지표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고등교육에 대한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6356달러로 OECD 평균인 1만 1720달러의 54.3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 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지원이 가난하고 경쟁력 없는 대학을 낳았다는 게 주 교수의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은 총공교육비에서 고등교육비의 비중이 11.4% 수준으로서 일본(13.9%), 영국(15.2%), 미국(26.9%) 등에 못 미치고 OECD 평균인 20.8%에도 훨씬 미달하는 수준이다.
공공부담이 적으니 수익자 부담원칙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GDP대비 고등교육비의 재원별 구성에서 우리나라는 교육기관에 대한 직접교육비가 0.5%로 OECD 평균인 1.0%의 절반 수준이지만 교육기관에 대한 민간교육비는 1.95%로서 OECD 평균 0.7%보다 세배에 이른다.
또 대학(전문대학, 대학교, 산업대학 등) 운영의 수입구조가 등록금 수입(75.1%), 전입 및 기부수입(19.1%), 교육부대수입(2.2%), 교육외 수입(3.6%)으로 구성돼 등록금이 전체 수입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은 운영 수입의 거의 대부분인 89.4%가 등록금에 의존함으로써 수입구조가 매우 취약한 실정이며, 4년제 대학교의 경우에도 70.45%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설립 유형별로는 국·공립대학의 수입이 국고부담 54.2%, 학생 부담 45.8%인데 반해 사립은 등록금 수입(60.5%), 기부금(9.2%), 전입금(7.6%), 국고보조금(4.0%)의 구성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민간부담 위주, 저투자 정책으로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꼴찌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도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조사대상 국가 49개 중에서 47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주 교수는 "고등교육재정 규모가 증액되지 않는 한 국립대에 지원될 재원을 삭감해 사립대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고등교육재정지원을 위한 재원 규모를 확충하고, 국립대 뿐만 아니라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가칭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동법에는 대학재정지원의 목표, 재정규모, 재원확보방법, 재정배분방법, 재정담당기구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거 법령의 제정은 과기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조정과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01년 3개 부처가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지출한 예산 규모가 1조 1100억원으로 이는 교육부에서 대학의 연구 및 기타 지원사업으로 지출한 예산 총규모를 상회하는 규모다.
주 교수는 "대학 연구활동에 대한 투자사업이 여러 부처에 산재돼 집행되면서 유사 사업의 부처별 중복 시행으로 예산 낭비를 낳고 있다"며 "대학의 연구활동에 집행되는 예산은 교육부에서 종합 조정해 장기적인 사업 계획 하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